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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관가짜 환관
By: Webfic

제8화

다음 날 아침 웅장한 사냥 행렬이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사냥은 총 3일 동안 진행되며 사람들은 산속에서 지내야 한다. 각 왕자는 생활을 돌보고 사냥감을 점검할 하인을 30명씩 데리고 들어갈 수 있으며 안전은 주로 이무령이 이끄는 우림군이 책임진다. 거주하는 장소는 지난 3년과 동일하게 여전히 맹호산 기슭이다. 장소를 선택한 후 김신재는 환관들을 지휘하여 막사를 세웠고 이무열과 허삼중은 활과 화살을 정비했다. 바로 이때 대내총관 복만이 와서 덕종의 명령을 전달했다. “주상 전하께서는 올해 호랑이의 왕을 사냥하여 백성들의 안전에 이바지하면 주상 전하의 모든 사냥감을 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하셨사옵니다.” “서 총관, 아바마마께서 하사하시는 사냥감의 무게도 저울로 확인하는 것이오?” 이무열의 물음에 복만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사옵니다. 거기다가 호랑이의 왕을 잡으면 올해 우승은 떼놓은 당상이옵니다.” 맹호산에는 체중 1500근에 눈이 위로 찢어진 하얀 이마의 사납기 그지없는 호랑이가 있다. 지난해 사냥할 때 10명의 우림군과 말 8마리를 물어 죽여 덕종은 마음의 병을 얻을 뻔했다. 대군을 동원하여 토벌하거나 산에 불을 질러 죽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덕종의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아들이 물릴까 봐 걱정하지도 않았고 좁은 길에서 만났을 때 이기는 자야말로 진정 용감한 자로 그것이 덕헌국 왕실의 품격이라고 생각했다. 이무열은 지난해에 맹호산에 감히 오르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물러설 곳이 없기에 김신재를 장막 안으로 불러들였다. “네가 만든 삽 모양 화살촉이 정말 그 정도 위력이 있는 것이냐?” 김신재는 자신 있게 장담했다. “소인이 만든 복합궁을 끝까지 당겨서 사냥감을 명중할 수만 있다면 제아무리 호랑이의 왕이라고 해도 뼈가 산산조각 나서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옵니다.” “하산하는 호랑이는 산 아래에서 매복하여 머리통과 복부를 목표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이무열은 반신반의하면서 무리하게 활과 화살을 들고 출발했다. 강청연도 이무열의 인품과 능력이 어떻든 간에 왕위에 오르는 것을 도와야 하는지라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강청연이 덕헌국의 중전이 되어야만 친가에 최소 30년 정도 편안한 생활을 제공할 수 있다. ... 열네 명의 왕자들은 맹호산 기슭에 서서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3년이나 호랑이와 실랑이를 벌였기에 다들 겁먹고 있는 와중에 이무령이 우림군 20명을 데리고 하산하면서 전했다. “오라버니들, 제가 방금 산 중턱에 염소 열 마리를 미끼로 풀었습니다. 호랑이가 곧 도착할 터이니 올라가서 매복할 자리부터 잡으시지요.” “무령아, 우리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궁수들은 배치해 두었느냐?” 7왕자가 물었다. “그럼요. 모든 나무에 다 사람을 배치해 두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겁니다. 호랑이 왕은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가죽이 두껍고 거칠어 사냥하기 어려울 겁니다.” 2왕자는 80근짜리 활을 들고 이무열을 보며 웃었다. “형님은 산에 오르지 마시고 토끼나 잡는 게 어떻습니까? 이따가 형님까지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무열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딴소리 집어치우고 두 눈 똑바로 뜨고 본 세자가 호랑이를 어떻게 잡는지 지켜보거라.” 이무열은 이따가 이무필을 놀라게 하려고 복합궁과 삽 모양 화살촉을 천으로 싸서 감추고 있었다. 이때 옆에서 지켜보던 이무령이 재촉했다. “다들 이만 올라가시지요. 더 늦어지면 매복할 지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주상 전하께서 사냥 과정을 감독하면서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화살로 승부를 결정하라고 하셔서 저도 함께 올라갈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꼭대기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네 명의 왕자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골이 오싹했지만 그래도 산에 올라가야 했다. 산 중턱에 매놓은 염소는 초조하고 불안한지 두려움에 떨면서 울고 있었으며 도망가려고 발버둥질 쳤다. 이무열은 김신재의 말대로 아래쪽에 있는 큰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좀 위험한 위치지만 목표를 명중할 수만 있다면 바로 호랑이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 “김신재, 날 망신시키지만 말거라.” 바로 이때 낮은 포효 소리와 함께 거대한 하얀 그림자가 숲속에서 나와 염소 떼에게 달려들었다. 열 마리의 염소는 목을 물려 숨통이 끊어지거나 호랑이의 발에 맞아 죽었으며 이건 불과 10초 만에 발생한 일이었다. 긴장한 이무열은 손에 땀을 쥐고 슬그머니 산 위를 쳐다보았다. 호랑이 왕은 염소의 밧줄을 잡아당겨 보더니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오른쪽으로 향했다. 좌우 양측에 최소 10명의 왕자가 매복해 있었기에 측면은 사격 면적이 넓었다. 이무열이 막 조준하던 중 2왕자 이무필이 더 낮은 곳에 숨어서 이무열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젠장, 큰일이야.’ 이무필은 호랑이를 산 아래로 유인하려는 의도였으며 이무열이 숨은 곳은 호랑이가 반드시 지나가게 되는 지점이다. 이무필은 망설임 없이 화살을 쏘고 방향을 돌려 도망쳤으며 그가 쏜 화살은 경각심이 강한 호랑이의 발톱 쪽으로 날아갔다. 숙적을 다시 상봉한 호랑이는 옛일이 생각났는지 갑자기 크게 포효하더니 산 아래로 족히 20미터는 더 되게 몸을 날렸다. 다행히 산비탈이 비교적 가팔라서 호랑이는 몇 번 구르고 나서야 겨우 일어났다. 그때 마침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이무열을 발견했고 둘 사이의 거리는 고작 10여 미터에 불과했다. 호랑이 왕의 찢어진 눈과 마주친 이무열은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를 뻔했지만 그래도 많은 전투를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호랑이가 큰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순간 활을 끝까지 당겨 삽 모양 화살촉이 달린 활을 발사했다. 화살에 맞은 호랑이는 비명을 지르며 산 아래로 굴러갔으며 강력한 삽 모양 화살촉은 호랑이의 입을 뚫고 머리뼈를 관통했다. 이무열은 다시 활시위를 끝까지 당겨서 호랑이의 심장을 향해 두 번째 화살을 쏘았으며 화살은 복부로 들어가 호랑이의 척추뼈를 부러뜨렸다. “세자 저하께서 호랑이 왕을 사냥하셨다.” 이무령은 흥분해서 소리치더니 환수도를 쥐고 열 명의 우림군과 함께 나무에서 뛰어내려 혹여 호랑이가 마지막 발악을 할까 봐 세자 앞을 막아 나섰다. 이무열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며 고개를 숙여서 내려다보니 이미 바지에 오줌을 지른 상황이었다. 다른 왕자들이 알면 평생 비웃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무령의 칼을 빼앗아 호랑이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미친 듯이 찔러 온몸에 피를 묻혔다. 이무령은 황급히 이무열을 끌어내며 말렸다. “오라버니, 이미 죽었습니다.” 이무열은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역시 훌륭한 활이구나. 김신재, 내 너한테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이무령은 특이한 모양의 복합궁을 주워 들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김신재가 이 궁을 개조한 겁니까?”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끝난지라 다른 왕자들도 달려와 호랑이의 사체를 확인하더니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2왕자 이무필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돌아섰으며 7왕자가 그 뒤를 따라갔다. “형님, 이제 어떡합니까?” 이 백호가 1500근이라고 쳐도 양과 토끼를 아주 많이 잡아야 할 텐데 여기에 덕종이 보상으로 주는 사냥감의 무게도 더해지게 된다. 이무필은 화가 나서 활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저놈이 쓰는 활은 무엇이고 저 화살촉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호랑이 왕의 머리뼈를 뚫을 수 있다니.” 복합궁과 삽 모양 화살촉은 모두 그들이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평소 쓰던 활을 사용한다면 10번 맞힌다고 해도 호랑이 왕은 이무열을 쉽게 찢어버렸을 것이다. “100근 정도 위력이 있는 것 같던데 부정행위에 속합니까?” “활을 개조하는 건 가산점이 있다. 아바마마께서 알면 분명 더 칭찬하실 거다.” 이무필은 이미 승패가 갈린 결과에 울컥하여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 그는 이번 동렵에서 우승하고 진북대원수로 책봉 받아 전투에 나가 공을 세우고 아직 중립 상태인 진북대장군 진원효를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 연제 왕실을 위협할 생각이었다. 쓸모없는 세자가 폐위되면 형수님이었던 강청연도 당연히 미래 군주가 될 이무필의 것이니 이무열한테서 빼앗아 측비로 삼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7왕자는 한참 동안 머리를 쥐어뜯더니 제안했다. “아니면 우리 들소를 잡는 건 어떻습니까?” “너 정녕 일찍 죽고 싶은 게냐? 아바마마께서 들소 떼를 건드리는 건 안 된다고 진작 명령하지 않았더냐?” 이무필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꾸짖었다. 맹호산의 서쪽 산 아래에는 대운하가 하나 있는데 거기 강가에는 거대한 들소가 무리지어 있었다. 한 마리당 최소 2천 근 이상은 했으며 매우 사납고 뿔이 날카로워 전체 예산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로 호랑이 왕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5년 전 동렵에서 8황숙이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들소를 사냥하러 갔다가 들소 떼를 흥분시켜 날뛰게 하여 8황숙과 180명의 우림군 모두 들소들한테 짓밟혀 사상자가 많았었다. 국사가 천벌이라고 하자 덕종은 예산 들소를 덕헌국 군대의 영혼 상징으로 여기며 누구도 사냥하지 못하도록 했었다. 이무필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산기슭의 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강이 운하로 통하는 게 맞느냐?” “맞습니다.” 7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세자의 장막이 바로 강 굽인돌이에 있다. 강가에서 산불이 나서 들소 떼가 놀라 강을 따라 올라오지 않겠느냐?” 이무필이 차갑게 웃자 7왕자는 긴장하며 말했다. “둘째 형님, 그건 좀 너무하는 게 아닙니까?” “산불은 원래 자주 나는지라 증거가 없으면 두려울 것 없다. 아우야, 이번 동렵이 세자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너 연제국의 왕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냐?” 강청연의 친가인 연제국은 덕헌국 제후국으로 성이 다른 왕을 두고 있으며 실력이 뛰어나고 미녀가 많은 다들 탐내는 왕국이었다. 덕종도 줄곧 자기 땅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만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7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되고 싶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이무필은 엉덩이의 흙을 툭툭 털어내며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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