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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관가짜 환관
By: Webfic

제9화

눈이 찢어진 호랑이 왕의 사체는 이미 어림군에 의해 세자의 막사로 옮겨졌고 가죽을 벗겨 덕종과 왕후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이무열은 매우 흥분하여 김신재에게 물었다. “네가 개조한 활이 과연 위력이 대단하더구나. 무슨 상을 원하느냐? 은전 오백 냥은 어떠냐?” 허나 김신재는 은전으로 보상받고 싶지 않았으며 강청연은 그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웃었다. “세자 저하, 김 내관은 외로운 몸이라 집을 짓고 부인을 두거나 첩을 들일 일도 없으니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부인 뜻은 어떻소?” “주상 전하 앞에서 상을 요구하는 건 어떻습니까? 세자의 소부로 봉하면 가문의 영광이지 않겠습니까?” “세자의 소부?” 이무열은 난처해하며 대답하기도 전에 김신재가 재빨리 인사했다. “세자 저하와 세자빈마마께 감사드리옵니다.” 동궁 내관은 여전히 환관의 직책이라 어디 내놓을 수 없지만 세자의 소부라면 말이 달라진다. 당당하게 세자의 스승으로 자칭할 수 있고 덕헌국 정4품 벼슬인지라 경성에서도 작은 벼슬은 아니다. 세자의 소부 그 위로 더 올라가면 장래 저1품 벼슬이자 왕의 스승으로 왕실 혈통 및 재상과 대등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왕이 내린 잭칙이라면 세자의 성격이 아무리 난폭한들 김신재를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강청연은 사실 김신재를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난 아직 승낙하지 않았다. 호랑이 가죽을 바칠 때 아바마마께 상의드려 보마.” 5품 이상 관직은 모두 왕이 친히 허락해야 하기에 세자도 함부로 대답할 수는 없다. 곧 복만이 어명을 전하러 왔다. “주상 전하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자 세자 저하를 용막으로 모시려 하옵니다.” “나 혼자 말이오?” 이무열이 얼른 물었다. “네. 주상 전하께서 개조한 활과 화살도 가져오라고 하셨사옵니다. 전하께서 매우 흥미를 느끼고 계시옵니다.” “호랑이 가죽을 다 벗기면 곧 가겠소.” 이무열이 막 장막에서 나오자 지면이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밖이 소란스러웠지만 무슨 일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급히 강가로 달려가 보니 대운하 방향에 불빛이 환하고 검은 연기가 자욱했다. 좁은 강 위로 진동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서 희미한 빛을 따라 찬찬히 보니 새까만 들소 떼가 강을 거슬러 이쪽으로 난폭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들소 떼의 수량이 방대하여 한눈에 끝이 보이지 않았고 하류 쪽에서 이무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소 떼입니다! 다들 비키십시오!” 이무열은 가장 먼저 호랑이 가죽을 떠올리며 허삼중에게 물었다. “허 도위, 호피는 어디 있소?” “저하, 방금 깨끗이 씻어서 강가에 널어놓았사옵니다.” 허삼중도 호랑이 가죽의 중요성을 아는지라 세자를 보호하면서 호랑이 가죽을 가지러 갔다. 막사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무열은 호랑이 가죽을 향해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김신재, 세자빈을 보호해라!” 이때 거의 육지까지 올라온 들소 떼는 강가에 몰려있는 사람과 모닥불을 보고 더 크게 놀라 날뛰면서 세자의 막사를 향해 가장 먼저 뛰어갔다. 장막 뒤에 숨어있던 강청연은 깜짝 놀랐으며 김신재는 말을 끌고 와서 그녀를 덥석 안아 말 등에 태웠다. “말에 타고 있어야 밟히지 않사옵니다.” “청이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너도 얼른 올라오거라!” 강청연이 다급하게 소리치자 김신재는 빠르게 강청연 뒤에 올라탔다. 사람들은 각자 피신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난리통이라 남녀 간의 거리를 유지할 겨를도 없었다. 이때 장막이 갑자기 뒤집히자 놀란 말은 앞으로 힘차게 뛰어갔다. 다행히도 강청연이 말을 잘 탔기에 말은 들소 떼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며 충돌하지 않았고 김신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꼭 껴안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울창한 숲으로 뛰어들었다. 방향을 잡지 못한 들소 떼가 뒤에 바짝 따라붙었기에 그들은 멈출 수 없어 계속 앞으로 달렸다. “위급 상황이라 안는 건 괜찮은데 칼자루는 치우거라!” 강청연이 소리를 질렀다. “네?” 강청연한테 가짜 환관 신분이 발각되면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되어 김신재는 제어되지 않는 자신의 몸뚱아리를 나무랐다. 하지만 본능적인 반응을 통제하기 어려웠던 그는 뒤로 떨어져서 거리를 두려다가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하여 오히려 강청연의 허리를 더 꽉 껴안았다. 강청연은 도망치는 데만 정신이 팔려 더 이상 김신재와 이 일로 실랑이질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 너무 지쳐서 발을 삔 말은 두 사람을 언덕 아래로 떨어뜨렸다. 김신재는 아픈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르게 강청연을 안아 나무 뒤에 숨으면서 들소 떼를 피해 굴렀다. 들소 떼가 지나고 나서야 강청연은 김신재를 노려보며 호통쳤다. “무엄한 것! 어디 감히 본궁을 함부로 안는 것이냐?” 깜짝 놀란 김신재는 급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야, 발이 너무 아프구나.” 강청연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으며 급히 확인해 보니 오른쪽 발이 삐어 심하게 부어올랐다. “이제 어떡하옵니까?” 강청연은 냉정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분석했다. “우리 너무 멀리 도망친 것 같구나. 예산에는 밤에 맹수가 많으니 안전한 곳을 찾아 불을 피워 몸을 따뜻하게 하고 군주마마께서 우림군을 이끌고 우리를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 “그럼 소인이 세자빈마마를 계속 안아야 하옵니까?” 김신재의 물음에 강청연은 겸연쩍은 듯 목청을 가다듬으며 명령했다. “김 내관은 들어라. 본궁의 명이다. 나를 안고 있어야 하겠지만 함부로 만지는 건 절대 안 된다. 네가 여인을 농락하기 좋아한다고 들었다.” 강청연은 여태 처음으로 남자한테 안기며 심지어 처음으로 남자와 직접 살과 살을 맞대고 있다. 세자는 능력이 안 되어 여자를 맹호로 여기면서 혼인한 지 3년 동안 줄곧 그녀와 2미터 거리를 유지했다. 김신재는 바닥의 칼을 주워 허리춤에 걸고 강청연을 품에 안으며 웃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옵니까? 혹시 청이가 그런 것이옵니까?” “여튼 세자빈한테 함부로 하면 무슨 죄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강청연은 도도하게 으름장을 놓았다. 세자빈을 업고 산을 오르는 것을 불가능했기에 더 멀어지더라도 달빛을 빌려 산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한번 업어보는 건 어떠냐? 환관은 원래 몸이 약해서 힘이 별로 없을 게 아니냐? 지금처럼 가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구나.” 강청연이 일깨워 주었다. “소인은 오래 버틸 수 있사옵니다. 차라리 이야기를 나누며 주의를 분산시키는 게 낫겠사옵니다. 세자빈마마 정말 향기로우시옵니다.” “무엄하다! 어디 감히 본궁 향을 맡는 것이냐!” “소인도 코가 있는지라 어쩔 수 없사옵니다.” 강청연도 고작 20세의 어린 나이인지라 김신재의 말에 피식 웃었다. “향이 좋더냐?” “미인이 웃으면 향기가 물씬 풍기고 그 청아함은 난초처럼 끝없이 퍼지옵니다.” “확실히 백란향이긴 하다.” “향낭을 소지하고 계신 것도 아닌데 혹여 세자빈마마의 체향이옵니까?” “건방지게 점점 버릇없이 구는구나! 본궁의 옥체를 어디 감히 입에 올리는 것이냐?” 김신재는 몇 걸음 걷더니 계속 시조를 읊조렸다. “가벼운 부채 같은 백란화, 가는 허리춤에 옥띠를 둘렀구나. 천사가 인간 세상에 내려왔나, 뒤돌아보니 미소가 별빛보다 더 빛나는구나.” 강청연은 눈을 반짝이며 가까이에서 김신재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며 소녀 같은 숭배심을 드러냈다. “정말 아름다운 시조구나. 지금 이 상황에 딱 들어맞으면서 단어 선택도 화려한 것이 치국책보다 더 좋나. 너한테 이런 재능이 있는 걸 왜 진작 발견하지 못했을까?” 김신재의 아부가 효과를 본 순간이다. “몇 걸음 안에 시를 하나 짓는 건 쉬운 일이옵니다. 세자빈마마 앞에서 실례했사옵니다.” “나한테도 가르쳐 주거라!” 강청연은 시를 외우느라 정신이 팔려 김신재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에 놓여 있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산기슭에 도착한 후 김신재는 낡고 황폐한 절을 발견했으며 두 사람은 거기서 잠시 휴식할 수 있었다. 그는 마른 나뭇가지를 찾아 불을 피웠고 강청연은 이미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졸고 있었다. 왕실에서 자란 귀한 몸인지라 이렇게 고생스러운 상황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날씨가 추워서 땅도 얼어붙고 여기저기 바람이 새는 데다가 강청연은 옷도 얇게 입고 이불도 없어서 금방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추운 건 김신재도 마찬가지였다. “김 내관, 환관은 남자라고 할 수 없겠지?” “네, 그럴 것이옵니다...” “그럼 혹시...” 강청연은 부끄러운지 말끝을 흐리더니 일각 동안 입술을 깨물고 고민하더니 도무지 참을 수 없었는지 이빨까지 떨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나를 안고 잘 수 있겠느냐?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오늘 저녁 얼어 죽을 것이다.” 김신재는 기뻐하며 대답했다. “네! 절대 허튼짓하지 않겠사옵니다.” 김신재가 장작을 좀 더 집어넣고 급히 강청연 뒤에 누운 후 몸을 바짝 붙이며 허리를 안으려는데 강청연이 그의 손을 잡고 재차 당부했다. “오늘 일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옵니다.” 낮은 기온이 잠시 김신재의 본능을 억눌렀고 그는 강청연을 안은 채 흐뭇하게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 곤히 자고 있던 강청연이 뭔가 느낌이 이상해 깨어나 보니 김신재의 손이 어느새 그녀의 옷에 들어가 있었다. 시집가기 전에 연제 왕실의 방사 예의를 가르치는 할멈이 그녀에게 첫날밤에 대한 걸 가르쳐준 적이 있기에 강청연은 경험은 없지만 남자의 신체 구조에 대해 대략 알고 있었다. 강청연은 깜짝 놀라 얼굴이 새하얘지면서 김신재의 손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김신재, 너 가짜 환관이었구나! 누가 나한테 접근하라고 하더냐?” 잠에서 깬 김신재는 신분이 드러났다는 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품에 덕헌국 최고의 미인을 안고 있는데 참을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세자빈마마, 제 말 좀 들어보시옵소서.” “그 입 다물지 못할까? 넌 주상 전하를 속였으니 갈기갈기 찢기는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진짜 남자를 본 적 없는 강청연은 너무 놀라서 감정이 무너지고 이성을 잃어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신재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청연을 품으로 끌어당겨 강제로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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