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성유리는 이미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도 박지훈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있었고 그가 살짝 손대어 흐트러진 머리카락 몇 가닥 외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반면 그녀는 이미 그의 눈앞에서 모든 걸 드러낸 상태였다.
박지훈은 그녀의 치마자락을 조심스레 내려 다듬고 욕조에 차가운 물을 가득 채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앉혔다.
“한 시간 뒤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주치의를 부를 거야.”
그는 짧게 말한 뒤, 침착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
넓은 발코니에 선 박지훈은 어두운 도시 야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또 한 대 피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선을 넘을 뻔한 순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기억들이 몸속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불쾌할 정도로 뜨겁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 그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성유리는 몸을 잔뜩 떨고 있었지만 상태는 꽤 나아진 듯 보였다. 찬물에 오래 앉아 있었던 탓에 추위에 떨고 있는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들어 안아 직접 옷을 갈아입혔고 침대에 눕혔다.
“오늘 밤은 여기서 푹 쉬어. 내일 아침엔 내가 차를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은 내가 직접 조사할 거야.”
성유리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훈이 일어나려던 찰나,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가 돌아서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고마워요.”
그 말에 박지훈은 몸을 돌려 침대 양옆에 손을 짚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난 딱히 널 도와준 것도 없는데 갑자기 왜 고맙다는 거야?”
성유리는 숨을 삼키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까...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그랬던 거죠?”
박지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응.”
“당신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랑...”
“그 상황이면 안 될 이유도 없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리고 난 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