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나는 오후 일찍부터 이미 와 있었어. 네가 오기 2분 전에 차에 앉았을 뿐이지...” 박지훈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빛은 평소보다 부드러웠다. 성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 문을 열려 했다. 그 순간 남자의 커다란 손이 문을 닫아버렸다. “성유리, 나랑 약속한 식사를 아직 안 한 것 같은데.” 성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머릿속으로 지난 일들을 빠르게 돌아보니 정말 그와의 식사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확실히 그에게 한 끼를 빚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타이밍에 그가 그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잠시 망설이던 성유리가 입을 열려는 순간, 박지훈이 먼저 말을 이었다. “혹시 오늘은 시간이 없다든가 다음에 다시 약속하자는 변명 따위로 넘어가려는 건 아니지?” 성유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주저했다. 박지훈은 그녀를 내려다보던 박지훈은 성유리의 표정을 보며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차 키 줘.” 박지훈은 무표정하게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며 내려다보았다. 성유리는 문득 멍해지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저녁 같이 먹자. 네 차로 움직여.” 성유리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며 호기심에 계속 물었다. “그럼 지훈 씨의 차는요?” 박지훈은 담담한 어조로 특별한 표정 없이 대답했다. “정영준이 차에 있어. 나중에 가져가면 돼.” 성유리는 무언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차 키를 그의 손에 건넸다. 성유리가 뒷좌석 문을 열려는 순간, 운전석에서 박지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앉아.” 문고리를 잡은 그녀의 손이 갑자기 멈칫했다. 잠시 망설인 끝에, 결국 성큼성큼 차 앞으로 돌아가 조수석으로 향했다. 이 순간, 머릿속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했던 과거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피아노 소음과 2층에서의 짧은 기억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잊고 말았다. 익숙한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고개를 든 성유리의는 박지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