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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그렇게 알고 싶었으면서 왜 직접 묻지 않는 거야?” 박지훈은 목소리가 한층 낮아지더니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비록 어두운 밤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눈에 서린 불편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계속 묻지 않아서 화가 난 거라고?’ 그녀는 고개를 들고 박지훈을 바라보며 쌀쌀하게 대답했다. “말해줄 마음도 없으면서 제가 왜 계속 물어봐야 하죠? 박지훈 씨는 그냥 아무 변명이나 지어내면 그만이잖아요...” “그럼 우리 둘이 뭘 사러 간 거였다고 생각해?” 그녀의 허리에 둘렀던 박지훈의 팔에 힘이 실렸다. 그녀는 아파서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그의 가슴을 '탁' 쳤다. “이거 놔요!”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심장은 순간 목구멍까지 치솟을 듯했다. 너무도 익숙한 그 발소리는 박진우의 것 같았다. “네가 그렇게 궁금해하니,말해줄게.”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박지훈은 곧장 가늘고 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얼굴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가은이와 아이 엄마가 친구 사이인데 가은이가 일 때문에 아이 돌잔치에 갈 수 없어서, 대신 은팔찌 한 하나를 골라 내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어.” “남이 줄 선물을 고르는데 왜 지훈 씨가 같이 갔던 거예요?” “우린 같은 선물을 줬어. 가은은 은팔찌를, 나는 금팔찌를 줬거든.”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얼굴엔 특별한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 성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진실은 이런 거였다니...’ 그녀는 그들이 커플링을 사러 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이에게 줄 팔찌를 사러 간 것이었다. 바로 그때, 발소리가 갑자기 점점 더 가까워졌다. “성유리? 거기 있어?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성유리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역시 그 사람이 맞았다! 성유리는 고개를 들고 앞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박지훈 씨, 혹시 저 큰 나무 뒤에 잠깐 숨어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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