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화
박지훈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 톤 높아졌다.
강민호는 그의 날카로운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
“박진우 씨가 성유리 씨하고 방건우 씨가 예전에 잠자리를 가졌다고 의심해서... 말다툼하다가 주먹까지 오갔습니다.”
“둘이 어떻게 그런 관계일 수가 있어?”
그 말에 박지훈은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고 눈빛 속에는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
“박 회장님 생일 연회 때, 성유리 씨가 다른 남자랑 잤다고 하더군요. 박진우 씨는 그 남자가...”
강민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떨구고 목소리를 낮췄다.
“방건우 씨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박지훈의 팽팽하게 조여 있던 신경이 조금 풀렸다.
역시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리가 그렇게 어리석은 행동을 할 리가 없어.’
“걔는 다친 데 없어?”
박지훈의 낮고 깊은 목소리 속에는 묘한 의문이 스며 있었다.
이름을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강민호는 박지훈이 누구를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성유리 씨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건우 씨와 박진우 씨가 상처를 입었는데...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자 박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묻지 않았다.
강민호가 나간 뒤 거실은 한동안 고요에 잠겼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성유리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채팅창에는 여전히 답장이 오지 않은 지난 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박지훈도 답답하고 난감했다.
난생처음으로 겪어보는 이토록 버거운 순간이었다.
그때, 조용한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시선을 내려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고 거기에는 배가은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결국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지훈아, 나 몸이 좀 안 좋아. 너 잠깐 와줄 수 있어?”
배가은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배가은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박지훈은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그날의 소동 이후, 성유리와의 관계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고 그 때문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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