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1화

진무열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성유리에게 다가오며 묘한 기색을 드러냈다. 성유리는 무심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정말요? 아무 일 없으면 왜 잠이 안 오겠어요? 게다가... 오늘 좀 피곤해 보이는데요.” 진무열은 낮게 깔린 목소리에 조심스러운 기색을 담았다. “설마 박지훈 씨 일 때문은 아니죠?” 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미간이 점점 더 좁혀졌다. 며칠 전, 계산대 앞에서 박지훈과 실랑이를 벌였던 장면을 그가 봤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 사이의 상황은 너무나 위험했다. 지금 일도 예전 일도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 게다가 진무열은 입이 가벼운 편이라 언제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랑 박지훈 씨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으니까 쓸데없는 추측은 하지 말아요.” 성유리는 눈을 들어 진무열을 노려보며 단호한 경고를 담아 말했다. 진무열은 눈치 있게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이내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리 누나, 설사 정말 뭔가 있다고 해도 저는 절대 말 안 해요. 더군다나 전남편한테는 절대 안 알릴 거니까 백 번은 안심해도 돼요.” “진무열 씨!” 성유리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지만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도 진무열은 이미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박진우는 그녀 곁에 자주 있지 않았기에 모를 수도 있지만 진무열은 하루 종일 그녀 곁에서 함께 지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훈과 성유리 사이의 관계를 모른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보통 누가 자기 작은아버지와 조카며느리가 그런 장소에서 몸을 잡아끌고 있을 거라 상상하겠는가. 그 장면을 떠올리면... 정말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였다. 진무열은 성유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리 누나, 지난번에 누나가 미연 씨 앞에서 제 흉을 본 건 알지만... 그래도 전 할 말과 안 할 말을 구분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마침 그때 환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