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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성유리는 진심을 담아 차분히 말했지만 그 말이 박강훈의 귀에 들어가자 그의 미간이 갑자기 더 세게 찌푸려졌다. 예전의 엄마는 이렇게 혼내지 않았고 설령 혼낸다고 해도 언제나 부드러운 말투로 차근차근 타일렀다. 그런데 지금 성유리의 표정은 유난히도 근엄하고 무서웠다. 박강훈은 성유리가 송아림을 대할 때 보였던 다정한 표정을 떠올리자 갑자기 가슴이 미어질 만큼 서글퍼졌다. ‘엄마는 정말 이제 날 버린 걸까?’ 박강훈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자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성유리는 그의 눈가가 붉어진 것을 보고 목소리를 조금 더 낮췄다. “엄마는 너를 혼내는 게 아니라 가르쳐 주는 거야...” “혼내는 거 맞잖아요. 송아림한테는 그렇게 다정하게 하면서 저한테는 왜 입만 열면 잔소리예요. 제가 친아들인데...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왜 송아림만 두둔하는 거예요?” 박강훈의 격한 표정과 목소리를 마주하자 성유리는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이제는 혼내는 것과 가르침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네. 양아현이 완전히 강훈을 망쳐놓았어.’ 그 순간 양아현을 향한 원망과 분노가 한순간에 가슴속을 뒤덮었고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성유리는 낮게 말했다.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어. 앞으로는 네 일은 스스로 잘 알아서 해. 엄마는 이제 관여하지 않을게.” 박강훈이 대답하기도 전에 성유리는 몸을 돌려 자기 차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고 박강훈은 멀어지는 성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 격해진 감정에 작은 어깨가 자꾸만 떨렸고 책가방 끈을 잡은 두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정말 날 버린 게 맞았어. 이게 다 송아림 때문이야. 송아림이 나타난 뒤로 엄마의 마음과 시선은 온통 송아림에게만 향했고 이제는 나 따위는 들어갈 틈도 없어.’ 박강훈은 눈물이 번져 시야가 흐려졌고 포르쉐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밤, 박진우의 집. 박진우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9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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