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화

성유리는 박진우의 말에 순간 전신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옆에 늘어뜨린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어졌다. 하지만 박진우는 성유리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곧장 본가 현관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유리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한층 짙어졌다.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병원에서 떠도는 소문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 유언비어의 파장이 박철용이 있는 본가까지 번져버린 모양이었다. 성유리는 일이 터진 순간부터 이 소문의 배후에 누군가 의도적으로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리 없었다. 성유리는 깊게 숨을 내쉰 뒤, 결국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서자 진은주와 박철용이 이미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성유리는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인사했다. “할아버지, 아주머니...” 진은주는 고개만 살짝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 속에 서린 불쾌한 기운은 숨기지 못했다. “유리야, 앉아.” 박철용은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성유리를 불렀다. 성유리가 자리에 앉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늘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 그 말을 들은 박철용은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멈추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이건 네 할아버지가 말하기 불편한 것 같으니 내가 대신 물을게.” 진은주가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똑바로 바라봤다. “최근에 본가 쪽까지 들려온 얘기인데... 지금 네 곁에 있는 그 아이 말이야. 사실은 네가 다른 남자와 낳은 자식이라더라.” 그 말이 떨어지자 성유리는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온 터였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주하니 믿기지 않는 감정이 치밀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이 이야기를 꺼내려 한 것이었다. 성유리는 진미연의 말에 곧장 대꾸하지 않고 시선을 박진우에게로 옮겼다. “그래서... 진우 씨도 그 아이가 제가 다른 남자와 낳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