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화

성유리는 멀어져 가는 심규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지금 머릿속에는 그 남자의 모습이 뒷모습만 끊임없이 떠올랐다... 심규찬은 거의 도망치듯 병원을 떠났다. 차 앞에 도착했을 때 뒤에 한 대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박지훈의 마이바흐였다. 심규찬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들어 운전석 쪽을 바라보았고 운전석에 있던 박지훈도 똑바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심규찬이 문득 자리에 멈춰 섰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차 안에서 상대의 모습을 계속 응시하는 박지훈의 시선이 유난히 어두웠다. 성유리를 병원에 데려다준 후 줄곧 앞에 세워진 차를 눈여겨보며 어딘가 익숙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분명 심규찬이 병원으로 찾아왔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역시나 그를 보게 되었다. 심규찬이 가벼운 걸음으로 그를 향해 걸어왔다. 박지훈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차창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심규찬을 바라보며 말했다. “심규찬 씨, 또 유리 씨에게 고백하러 오셨나요?” 그 말에 심규찬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박지훈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말을 꺼냈다. “박지훈 씨는 계속 유리 누나 일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네요. 이렇게 자주 나타나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이 연인인 줄 알겠어요.” 박지훈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연기를 살며시 내뿜으며 잠긴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심규찬 씨가 보기에 우리 둘이 잘 어울리나요?” 심규찬은 농담 반 진심 반인 그의 표정을 보고 눈동자에 은근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처음 이 남자를 만난 순간부터 그와 성유리 사이가 유독 미묘하다는 걸 눈치챘다. 언뜻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박지훈 씨, 농담이죠? 유리 누나는 그쪽 조카며느리인데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면 유리 누나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심규찬은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시선을 상대에게 고정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지훈은 손에 든 담뱃재를 털어내며 무심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