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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저녁 무렵, 성유리는 깔끔하게 정리한 뒤 차를 몰고 심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이미진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성유리가 심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 이미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규찬은 직접 그녀를 데리고 이미진의 방으로 향했다. 진찰이 끝날 무렵 심규찬은 성유리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졸랐지만 성유리는 진미연이 집에서 음식을 준비했다는 이유로 끝까지 거절했다. 마당 입구까지 배웅하며 바라보는 심규찬의 눈빛에는 어렴풋이 아쉬움이 묻어났다. 성유리가 손잡이에 손을 뻗는 순간 심규찬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돌아서며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유리 누나, 갑자기 이렇게 물어보면 무척 무례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이 있어서... 답을 듣고 싶어...” 여기까지 말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심규찬은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듯 성유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성유리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은은한 불안감이 서서히 올라왔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손을 거두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뭘 묻고 싶은 거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내려 허공에 뻗었던 손을 바라본 심규찬은 눈가에 희미한 쓸쓸함이 스쳤다. 심규찬은 이를 악문 채 마침내 말을 꺼냈다. “박지훈 씨랑 무슨 사이야?” 그 말에 성유리의 속눈썹이 저도 모르게 살짝 떨렸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마음 깊숙이 묻어둔 비밀이 갑자기 들통난 듯했다. 심규찬은 성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재빨리 다가와 다시금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남자 친구? 아니면 애인?” 성유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이 심규찬에게 들켜버렸다. 비록 심규찬이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성유리는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규찬아, 이건 내 사적인 일이야. 자꾸 캐묻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어차피 우리 둘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니까 내가 누굴 만나든 너랑은 크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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