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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창밖의 달빛이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타고 바닥 위로 흩어졌다. 성유리는 침대 아래 흔들리는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흐트러진 침구를 내려다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까 그 순간, 만약 자신이 그를 물지 않았더라면... 박진우는 정말로 무슨 일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성유리는 일어나 욕실로 향했고 샤워를 마친 뒤 입을 옷이 따로 없어 준비해 둔 흰색 목욕가운을 걸쳤다. 외박하는 일이 드물었기에 이곳에 따로 옷을 두지 않았다. 씻고 나오자 어느새 시계는 밤 10시를 넘고 있었다. 목이 마른 데다 마음도 뒤숭숭하고 괜히 물은 마시기 싫어 그녀는 조용히 술을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박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잠든 듯했고 거실은 불이 꺼진 채 고요했다. 하인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불도 켜지 않고 조용히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 안엔 맥주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예전에 그녀가 즐겨 마시던 브랜드였다. 성유리는 손을 뻗어 맥주 두 병을 꺼냈다. 한쪽 냉장고 문을 막 닫고 다른 쪽 문까지 닫으려던 그 순간 어둠 속에서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것은 짙고도 깊은 눈동자였다. “으악!” 놀란 성유리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고 발이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도 함께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려던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리고 다른 손은 그녀가 놓친 맥주병을 가볍게 받아냈다. 그제야 성유리는 눈을 들어 냉장고 불빛에 비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지훈이었다. 그는 검은색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고 평소보다 부드러운 인상이 은은한 빛 아래 드러났다. 차가운 듯 보이던 그 눈동자도 이 순간엔 어딘가 다정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성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느슨하게 묶어뒀던 가운이 더 흘러내렸다는 걸 뒤늦게 알아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아챘다. 그러나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조용히 웃었다. “박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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