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2화
하나, 둘, 셋...
침을 꽂을 때마다 배가은의 입에서는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프긴 했지만 그것보다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게 더 문제였다.
열 개가 넘는 침이 온몸 곳곳에 박히자 배가은은 완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소파에 엎드린 그녀의 모습은 서리 맞은 가지 꼴이었고 더 나아가 뭉개진 진흙 덩이 같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몸의 각 부위에서 연이어 통증이 밀려왔다.
“성유리 씨,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 왜 온몸이 다 아파요?”
배가은은 고개를 들 힘조차 없어 시선은 계속 성유리의 하이힐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픈 게 정상이죠. 안 아프면 이상한 거예요.”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여기서 한 시간 정도 있어요. 곧 누군가 와서 침을 뽑아 줄 거니까.”
그러고는 발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여자의 욕설이 섞인 고함이 들려왔지만 성유리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유유히 걸어갔다.
“성유리, 이 망할 년, 당장 내 몸에 박힌 침 뽑아.”
“성유리, 돌아와! 안 들려?”
“이 망할 년, 당장 돌아와!”
...
진무열은 이 소리를 듣고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그는 옆에 있는 성유리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유리 누나, 무슨 일이에요?”
“손봐줄 사람이 있어서 화 좀 다스리라고 침을 열 개가 넘게 놨어요.”
진무열은 성유리의 말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
십여개의 침을 꽂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는 대략 사건의 진상을 알아차렸다.
성유리가 사용한 것은 아마도 청심 침술일 것이다.
이 ‘청심 침술'은 성유리의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전수해 준 독자적인 비법인데, 십여 개의 침을 몸의 각 부위에 꽂은 채 한 시간 동안 유지하면 분노에 사로잡힌 환자가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된다.
하지만 환자는 침을 맞은 후 3, 4일간 몸이 아프고 심한 경우 침대에 누워 쉬어야 했다.
이건 독자적인 비법이기 때문에 성유리는 진무열에게 전수하는 것을 항상 꺼렸다. 잘못하면 환자가 열흘에서 보름 동안이나 침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