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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박지훈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끈 후 난간에 손을 올린 뒤 고개를 돌려 박진우를 힐끔 쳐다보았다. 휴대전화를 꽉 움켜쥐고 있는 박진우는 여전히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성유리는 한때 내 아내였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는 어느새 강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만약 손에 칼이 들려 있었다면 박진우는 아마도 망설임 없이 박지훈의 목을 겨누며 베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박지훈은 여전히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성유리가 과거에 누구의 아내였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또 누구를 위해 아이를 낳았는지 상관없어. 지금 내가 성유리를 사랑한다는 게 제일 중요해. 성유리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그 상대가 너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박진우는 화가 나서 온몸을 미세하게 떨었지만 말문이 막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박진우는 정말로 이 남자의 눈빛 속에서 매우 강렬하고 깊은 애정을 느꼈다. “노도 알다시피, 오랜 세월 동안 난 한 번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뛰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 성유리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 네가 오늘 우리 관계를 외부에 말하지 않아도 공개할 생각이었어.” “뭐라고요? 가족 모임에서 성유리와의 사이를 공개할 생각이었다고요?” 눈빛에 충격이 서린 박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응.” 간결하고 명확하게 대답한 박지훈은 한치도 망설이지 않았다. 박지훈이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가자 박진우는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괜히 이런 얘기를 꺼내서 할아버지를 자극해도 괜찮겠어요?” 순간 걸음을 멈춘 박지훈은 고개를 돌려 박진우를 흘끔 쳐다본 뒤 극도로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넌 네 걱정이나 해. 조금 있다가 괜히 자극받아 기절하지 말고. 그래야 내 여자가 너를 구하는 일이 없을 테니까.” “내... 여자...” 본능적으로 그 말을 따라 한 박지훈은 화가 나서 이마에 핏줄이 선명해졌다. 성유리는 한때 박진우의 여자였기 때문이다. 두 걸음 걸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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