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6화
“유리 씨, 걔가 우리 관계를 폭로할까 봐 걱정되는 거야?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난...”
성유리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아버님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서 걱정이에요. 충격이라도 받으실까 봐.”
“아버지가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는 신경 쓰지 마. 내가 묻고 싶은 건...”
박지훈이 진지하게 성유리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물었다.
“유리 씨는 준비됐냐고?”
“설마 설득하지 못해서 정말 증거까지 동원해 우리 사이를 폭로하려는 건가요?”
성유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희미한 걱정이 스치자 박지훈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걔가 폭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공개하려는 거야.”
“아니, 상대가 우리 사이를 폭로할 생각이 없다는데 왜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지훈 씨가 먼저 공개하려는 건데요? 오늘은 가족들 말고 많은 친척들도 왔는데...”
박지훈은 곧장 그녀의 말을 끊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오늘 여러 사람이 모인 날이니까 공개하려는 거야.”
“박지훈 씨, 누구에게 말하든 상관없지만 아버님께는 절대 말씀드리지 마요. 혹시나...”
“이미 알았다.”
성유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소 노쇠한 목소리가 갑자기 두 사람의 뒤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박철용이 어느샌가 그들 곁에 다가와 있었고 집사는 그들의 바로 뒤에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성유리는 재빨리 손을 뻗어 앞에 선 남자를 밀쳐냈다.
순간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지,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박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 여기서 뭐 하세요?”
“유리 넌 먼저 들어가. 난 지훈이와 할 말이 좀 있어.”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녀는 감히 박철용의 눈을 마주 보지도 못한 채 몸을 돌려 실내로 들어갔다.
이제 막 문턱을 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송아림이 걸어온 전화였다.
...
뒷마당.
박지훈과 박철용은 정자에서 마주 앉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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