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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성유리는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나 혼자 갈 테니까 데려다줄 필요 없어요.” 박진우는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앞으로 아이에게 열량 높은 음식은 적게 먹이라고 내가 당부할게.” “그건 당신이 할 일이지, 나와 상관없어요.” 성유리의 말투는 차갑고 얼굴에는 무관심한 표정뿐이었다. “내가 정란 별장에 초대한 게 아니야. 강훈이가 부른 거야. 난 모르고 있다가 아현이가 이사 온 후에야 알게 됐어...” “나한테 왜 설명해요? 난 그쪽 여자 친구도 아니고 아내도 아닌데.”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는 성유리의 눈빛 속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나한테 이런 말 할 필요 없어요.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마지막 한 마디가 끝나는 순간 남자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불쾌함이 스쳤다. 사실 그 자신도 왜 그녀에게 이런 설명을 하는지 몰랐다. “지금 나는 그쪽 작은아버지 여자 친구고 기껏해야 강훈이 엄마예요. 하지만 당신과의 관계는 이미 끝났으니까 박 대표님께서 본인 입장 분명히 알아뒀으면 좋겠네요. 선 넘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마세요. 괜히 그쪽 작은아버지가 들으면 기분 나빠하니까.” 곧이어 박진우가 덥석 성유리의 손목을 잡으며 어두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목소리가 훨씬 무겁게 깔렸다. “작은아버지와 만난 뒤로 아이 일도 무시하고 나와 선을 긋는 건 너무하지 않나? 우리가 이혼했어도 아이와 너는 혈연관계인데 그걸 끊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한가요?” 성유리가 나지막이 웃었다. “당연한 행동 아닌가요? 당신도 나도 곁에 다른 사람이 있으니 거리를 두는 게 맞죠. 이건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고요.” “난...” 박진우는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 “그쪽 얘기 들을 생각 없고, 앞으로 아이에 관해서도 그쪽이 해결할 수 있으면 날 찾아오지 마요.” “볼수록 참 양심 없는 사람 같네. 특히 감옥에 다녀온 이후로 사람이 냉혈한으로 변했어. 남자 하나 때문에 아이까지 버리고 남의 아이나 챙기고 있잖아. 남들이 들으면 웃을까 봐 겁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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