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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성유리는 한 번도 박지훈을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박지훈이라는 남자를 너무 사랑했고 또 너무 깊이 빠져 있었다... 아주 그리고 너무 깊이...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박지훈 씨가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고요.” 성유리는 마음속의 울분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냥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요. 지금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성유리의 손목을 잡고 있는 박지훈은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무슨 생각을 정리하는데? 네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려는 거야?” 성유리는 더 이상 박지훈과 얽히고 싶지 않아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치며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박지훈이 뒤따라 내려왔다. 성유리가 발을 내디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왜 울어?” 그 소리에 고개를 든 성유리는 이내 맞은편에 서 있는 박진우를 알아보았다. 박진우도 차에서 내린 박지훈을 발견했다.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빠르게 다가와 성유리 앞에 서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성유리 뺨에 있는 눈물을 닦았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는 거야?” 감정이 솟구쳐 오른 상태의 성유리는 슬픔에 잠겨 있느라 미처 피할 생각을 못 했다. 그 순간 큰 손이 박진우의 손목을 잡았다. 잡힌 손을 따라 위를 올려다본 박지훈은 이내 박지훈의 불만에 찬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박지훈은 박진우의 손목을 뿌리친 뒤 성유리를 자신의 품에 끌어당겼다. “내 사람에게 관심 가질 필요 없어.” 그러자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몸부림치며 박지훈의 품에서 벗어났다. 맞은편에 서 있던 박진우는 이 모습을 본 순간 이상하게도 기쁨이 솟구쳤다. 두 사람이 싸운 걸까? 박지훈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지만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겨우 두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뒤에서 박진우가 그녀를 불렀다. “성유리, 나 언제 다시 와서 침을 맞으러 오면 돼?” 걸음을 멈춘 성유리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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