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1화
순간 말문이 막힌 성유리는 남자의 눈빛에 희미한 실망의 빛이 스치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입술에 여러 번 연속 입을 맞추었다.
성유리의 행동에 박지훈 눈빛 속의 실망감은 점차 줄어들었지만 이내 음울한 미소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하면 내가 더 이상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성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화내는 거예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띤 박지훈은 성유리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럼 일단은 참고 있을게. 다만 조금은 실망이야. 일이 너무 바빠서 늦은 시간이 되어야 겨우 시간 내어 너를 보러 올 수 있으니까. 우리 같이 살면 상황은 달라질 텐데. 매일 집에 돌아오면 바로 볼 수 있을 테니까. 지금처럼 차디찬 텅 빈 집이 아니니까.”
박지훈의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무력함을 성유리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박지훈이 말한 이 모든 것들을 성유리도 이해하고 있었다.
지난번 싸운 후 성유리는 박지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서서히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지훈이 원하는 것은 한 번의 포옹, 키스, 그리고... 신체적인 욕구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 그리고 미래를 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성유리는 박지훈에게 그 어떤 약속도 해 줄 수가 없다.
일 때문만이 아니라 이제 막 이혼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시점에서 새로운 결혼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기로 약속하기 전까지 절대 벨뷰 레지던스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일단 두 사람의 관계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성유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들어가는 건 쉽지만 나오는 건 어렵다.
들어가서 살다가 나오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마음이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입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간단히 말해서 성유리는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상처를 받으면 그걸 이길 자신이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네 얼굴 보니까 정말로 이사 오기 싫은 모양이네?”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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