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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고개를 든 성유리 앞에는 푸른색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185㎝는 돼 보이는 건장한 남정네가 몸을 긁적이고 있자 성유리는 서둘러 그를 자리에 앉혔다. “여기 앉으세요. 제가 봐 드릴게요.” 자리에 앉은 남자는 바로 옷 단추를 풀려 했다. “뭘 잘 못 먹은 건지 몸에 자꾸 뭐가 돋아요. 다른 병원에도 가봤는데 다들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 실력 좋다고 해서 한번 와봤어요.” 남자를 힐끔 본 성유리는 다급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소매만 걷어서 보여주시면 돼요.” 그녀의 말에 남자는 단추로 향했던 손을 내리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알레르기네요.” 성유리는 한번 보고 바로 병명을 진단해냈다. “알레르기라고요? 그럴 리가요. 며칠 동안이나 가려웠는데, 저 일주일 동안 병원 다녔어요. 알레르기라고 말한 의사는 한 명도 없었어요.” “알레르기 맞고요. 일반 알레르기도 아니에요.”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진무열이 그의 손등을 보며 말했다. “페인트 때문에 생긴 알레르기 같아요. 오랫동안 페인트를 만지다 보니까 면역력이 약해진 거죠. 이러면 다른 재료를 만졌을 때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어요.” 역시나 예상대로 뛰어난 능력에 성유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혹시 무슨 일 하세요? 하는 일이랑 연관이 있을까 해서요.” “가구 만들고 있어요. 페인트칠을 자주하긴 하는데 요즘은 쉬고 있어서 한동안은 안 만졌었거든요.” 성유리는 손을 뻗어 남자의 맥을 짚어보더니 확신에 찬 말투로 대꾸했다. “알레르기에요. 한약 지어줄 테니까 그거 먼저 드시면서 연고 발라보세요. 그리고 다시 내원하셔야 돼요. 그동안 해산물은 절대 드시면 안 돼요.” “혹시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남자가 표정을 굳히며 묻자 진무열이 대신 대답했다. “병이 더 악화되겠죠. 그리고 호흡도 힘들어질 거고 심하면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 말 들으셔야 해요. 아무거나 드시면 절대 안 돼요.” 남자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자 성유리는 빠르게 처방전을 인쇄해서 진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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