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0화
하지만 박지훈은 오늘 저녁밖에 시간이 없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같이 피할 수 없는 석식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안지혜의 요구대로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 일은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지혜는 박지훈을 보자마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박지훈은 가벼운 걸음으로 안지혜 쪽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테이블이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있어 뭔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쉬운 일이 없었다.
게다가 레스토랑에 룸이 없었다. 박지훈도 귀찮게 자리를 바꾸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은 안지혜와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생각했을 뿐 식사를 끝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스테이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는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설명해 보세요. 왜 인터뷰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거죠?”
박지훈이 찾아올 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안지혜는 그가 오기 전부터 이미 충분히 준비를 해두었다.
그래서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더니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인터뷰 그대로예요. 지훈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그때 어른들끼리 했던 약속 지키고 싶어서 그랬어요...”
“내가 이미 유리에게 청혼했고 곧 결혼할 거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왜 중요한 타이밍에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거죠? 일부러 나와 맞서려는 거예요? 내가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는 거 안지혜 씨도 알고 있잖아요?”
박지훈은 심드렁한 태도로 아주 쌀쌀맞게 말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여자는 긴장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 알고 있어요?”
안지혜는 아주 차분하게 한마디 한마디 이어갔다.
한편 박지훈은 눈앞의 이 여자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전처럼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면 이 여자는 평생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전에 두 사람이 만난 횟수는 한 손으로 세고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머니들끼리 약혼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평생 서로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가 계속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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