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4화
이 여자를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사람은 양아현이나 배가은과는 달랐다. 그녀들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여자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이 여자가 예전에 박지훈의 약혼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유리는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됐든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잘못한 사람이 자신도 아닌데, 굳이 마음 졸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흐릿했던 의식은 어느새 잠으로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성유리가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 박지훈은 없었다.
간단히 씻은 그녀는 어제 박지훈에게서 받아낸 안지혜의 회사 주소를 떠올리며 외출 준비를 했다.
현관을 나서자 성훈이 곧장 따라붙었다.
그는 말없이 운전석에 올랐고 목적지를 묻지 않고 그녀를 데리고 안지혜의 회사로 향했다.
건물에 도착한 성유리는 곧장 안내 데스크로 향해 자신의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이날의 방문은 어디까지나 ‘협업 건으로 미팅’이라는 명목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그녀는 얼굴조차 보지 못했을 것이다.
“성유리 씨, 잠시만 대기해 주세요. 대표님은 곧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10분 정도밖에 안 걸릴 거예요.”
직원은 정중히 안내한 뒤, 성훈에게도 한 번 시선을 주고는 자리를 떴다.
성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직원이 자리를 비우자 공간은 조용해졌다.
성훈은 별다른 말 없이 그녀 옆에 서서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다.
아니나 다를까, 약속한 지 10분 남짓 지났을 무렵 사무실 문이 밖에서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안지혜였다.
그녀는 성유리를 보자마자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성유리 씨가 왜 여기 있죠?”
성유리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왜요? 내가 여기 있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안지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아니, 고객이 오셨다더니... 협업 건이라길래 전혀 생각도 못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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