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8화
“그건 성유리 씨가 저한텐 말 안 했어요.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성훈이 말하는 걸 본 박지훈은 그의 눈빛에서 어딘가 회피하는 기색을 느꼈고 눈매에 서린 냉기가 한층 짙어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유리가 안지혜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그 말이 떨어지자 성훈의 속눈썹이 정신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순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방금 전 성유리가 몸싸움이 있었던 일은 절대 박지훈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으니 말이다.
성훈이 망설이고 있을 때, 박지훈의 시선은 줄곧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훈의 눈썹 떨림을 본 박지훈은 무언가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아직 성훈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도, 박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지혜가 성유리한테 손댔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성훈의 눈에 당혹감이 번졌다.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보며 말문을 잃었다.
박지훈은 그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다시금 물었다.
“대답해. 진짜 손댄 거야, 아니야?”
“아, 아니요! 손 안 댔어요!”
성훈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온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허둥대고 있는지를 자각했다.
목소리는 한없이 떨렸고 말투 역시 지나치게 조급했다.
박지훈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성훈, 너 자신한테 이런 버릇 있는 거 알고 있었어?”
성훈은 놀란 눈으로 박지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 무슨 버릇이요...?”
“넌 거짓말할 때마다 속눈썹이 정신없이 떨려. 넌 몰랐겠지만, 나는 그걸 아주 잘 알아.”
그 말을 들은 성훈은 당장 땅이라도 꺼졌으면 싶을 정도로 난처해졌다.
역시, 박지훈은 박지훈이었다. 이 남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성훈은 이를 악물고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원래는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유리 씨가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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