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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비행기가 파리에 착륙했을 때 하늘에서는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허민아는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서며 이국적인 낯선 땅을 바라보다가 비로소 자신이 배찬율을 완전히 떠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오늘부터 그녀는 타국에서 다시 뿌리내려야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은 전 재산으로 오래된 시가지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얻어 사흘 내내 방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가져온 몇 벌의 낡은 옷을 옷장에 개켜 넣고 책상 앞에는 벼룩시장에서 산 이젤을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조된 혼인신고서 사본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모든 걸 끝내고 난 허민아는 마치 다시 한번 살아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리에 오기 전, 그녀는 다시 입학 지원을 해 예술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했는데 오늘 마침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학비와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그녀는 학교 근처 골목 안쪽에 숨겨진 작은 화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문을 열면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고, 공기에는 늘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 허민아의 일은 그림 원고를 정리하고 가끔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늘 고개를 숙인 채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자기 일만 해나갔다.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폭우 쏟아지던 오후, 한 남자가 화랑 안으로 들어왔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고화를 한 폭 안은 채였는데 키가 크고 표정이 부드러웠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자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 화랑의 큐레이터, 고민석입니다.” 허민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죄송해요! 알아보지 못했어요.” 고민석은 온화하게 웃었다. “요즘 너무 바빠서 화랑에 자주 못 왔거든요. 앞으로는 자주 보게 될 거예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마침 그는 원고 복원 전시를 준비 중이었는데 허민아가 손상된 그림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무슨 생각 중이에요?” 맑은 그의 목소리에 허민아는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죄송해요. 전시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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