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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배찬율은 텅 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컴퓨터 화면에 가득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넘기고 있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는데 이미 사흘째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배성 그룹이 가진 모든 인맥과 자원을 동원했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설탐정까지 고용했지만 허민아의 흔적은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비서의 목소리에는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대표님, 허민아 씨의 주민등록증과 은행 계좌는 모두 말소 처리됐고 SNS 계정도 전부 삭제됐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배찬율은 손마디가 새하얗게 질릴 만큼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늘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해외여행조차 일정을 미리 보고하던 그 여자가 이번만큼은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로 한 것이었다. 사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김예은이 수프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가 입은 연분홍빛 원피스는 예전에 허민아가 가장 좋아하던 스타일이었다. “오빠, 내가 제비집 끓여왔어. 며칠째 제대로 밥도 못 먹었잖아.” 그녀는 허민아가 늘 쓰던 부드러운 말투를 흉내 내며 수프 그릇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그러나 배찬율은 마치 뜨거운 것에 덴 사람처럼 몸을 홱 돌리며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누가 내 사무실에 들어오랬어?” 김예은의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버렸고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배씨 저택에 들어온 뒤로 일부러 허민아를 따라 하며 살았다. 아침에는 꿀물을 준비하고 밤이면 서재에 불을 하나 남겨두었으며, 옷차림부터 좋아하는 향수 향까지 하나하나 흉내 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그의 냉담한 시선뿐이었다. “오빠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녀는 작게 변명하며 수프를 조금 더 앞으로 내밀었다. “치워.” 배찬율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난 이 브랜드의 제비집을 안 좋아해. 민아는 절대 이런 걸 틀리지 않아.” 말이 떨어지자마자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 김예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고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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