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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배찬율의 손이 마침내 포장 봉인을 찢었다. 상자가 완전히 열리는 순간 차가운 한기가 안에서 스며 나왔다. 그 안에는 투명한 의료용 용기가 있었고, 그 안에는 이미 형태를 갖춘 아기 배아가 차가운 보존액 속에 잠겨 있었다. 옆에는 병원의 설명서 한 장이 함께 들어 있었다. [허민아, 임신 12주. 자발적 임신 중단.] 날짜는 그들이 격렬하게 다툰 지 사흘 뒤였다. 배찬율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그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은 듯했고, 귀에는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다. 시야가 잠시 흐려졌고 손에 쥔 종이는 구겨질 듯 움켜쥐어졌다. “이게... 이게 뭐야...” 그때 상자 안에서 편지 한 통이 떨어졌다. [나는 사랑이 영원한 줄 알았어. 하지만 이제 알았어. 사람의 마음은 변한다는 걸. 우리 아이는 돌려줄게. 나를 찾지 마. 우리는 여기까지야. —허민아] ‘아이...’ 그와 허민아의 아이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이게 뭐야?” 김예은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가와 종이를 집으려 했다. 그 순간 배찬율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거칠게 밀쳤다. 김예은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3개월... 그때 민아가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고?” 그의 목소리는 사포에 갈린 듯 거칠고 메말라 있었다. 김예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그녀는 다급히 변명하며 종이를 빼앗으려 했다. “오빠, 이런 거 믿지 마. 분명 허민아가 위조한 거야. 우리를 질투해서 일부러...” 짝! 배찬율은 그녀의 손을 세게 쳐냈다. 김예은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금세 붉게 부어오른 손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화를 냈다. 그의 눈에 서린 혐오는 얼음물처럼 김예은을 얼어붙게 했다. “위조라고?” 배찬율은 수술 동의서를 집어 들었다. 허민아의 서명은 힘을 주어 써서인지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민아가 입원한 날 나한테 전화를 여섯 번이나 했는데 난 네 곁에 있었어. 민아가 수술을 앞둔 전날 밤, 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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