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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이른 아침의 갤러리에는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 허민아는 고개를 숙인 채 작품의 먼지를 털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 “죄송하지만 아직 개관 시간이 아닙니다.” 말을 마쳤지만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발걸음을 멈춘 채 침묵이 더 깊어졌다. 허민아는 온몸이 굳어 오며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급히 돌아선 그녀는 배찬율의 충혈된 눈과 마주쳤다. 그는 너무도 수척해져 있었다. 정장은 어깨에서 헐렁하게 흘러내렸고 눈 밑의 검은 그림자는 섬뜩할 정도였다. “민아야.” 쉰 목소리, 익숙한 말투에 그녀는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 “내가 잘못했어. 나랑 집으로 돌아가자. 응?” 허민아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이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놀람이 가신 뒤 거센 혐오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반걸음 물러서 차가운 진열장에 등을 기댔다. “배찬율, 우린 이미 아무 관계도 아니야.” “그렇지 않아!” 배찬율은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날카롭게 피했다. “내 말 좀 들어 봐. 그땐 전부 김예은의 계략이었어. 조작된 메시지, 가짜 자살 소동으로 날 협박하고...” “그만해.” 허민아가 차갑게 끊었다. “누구 잘못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난 지금 잘살고 있고 너의 설명도 필요 없어. 너랑 돌아갈 생각은 더더욱 없고.” 배찬율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처연해졌다. 그는 갑자기 그녀의 팔을 움켜잡았다. 뼈가 부서질 듯한 힘이었다. “제발... 여기서 그 남자랑 같이 있지 마.” 그의 시선이 작업대로 옮겨갔다.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한 흔적들이 보이자 질투가 이성을 삼켜버렸다. “지금 당장 나랑 가.” “그 손 놓죠?” 날 선 외침과 함께 문가에 고민석이 나타났다. 그는 음울한 표정으로 몇 걸음에 달려와 배찬율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힘이 들어간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거절하는 게 안 들려요? 민아 씨가 아프잖아요!” 배찬율은 그의 분노에 잠시 움찔했지만 곧 냉소를 띠었다. “제가 제 여자와 얘기하는데 그쪽이 끼어들 자격이 있어요?” “민아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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