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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문을 닫고 소유나는 그 위에 몸을 기대었다. 오래전부터 가족애가 결여된 삶에 익숙해져야 했지만 소재훈이 찾아와 말한 내용을 듣자 여전히 코끝이 찡해졌다. 소재훈은 그녀에게 안부를 묻지도 않았고 볼일이 없으면 절대 찾아오지 않았다. 옛말처럼 새엄마가 있으면 새아빠도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다행인 점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이미 그녀가 성인이었다는 것이었다. ... 유연서는 진우와 약속을 잡아 본가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 소유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희 둘 가짜로 시작했다가 진짜가 되면 제일 좋겠어.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될 텐데.” “내가 좋다고 해도 진 비서님이 나를 좋다고 할지는 모르는 일이잖아.” 유연서는 물건을 사러 가는 중이었다. 진우가 돈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돈이 많아도 제대로 쓰지 못할까 걱정되는 사람이었다. “모르는 일이지. 진 비서님이 너를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왜 너를 따라서 부모님을 뵈러 가겠어? 가짜라고 해도 신경 쓰이는 일인데.” 유연서는 그런 불확실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진짜로 진 비서님과 잘 되면 너랑 문지후 씨는 축의금을 두 개씩 줘야 해.” 문지후 이야기가 나오자 소유나는 울적해졌다. 벌써 일주일이나 됐는데 문지후는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없었다. 그녀 역시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우리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 갑자기 유연서가 말했다. “어쨌든 너는 출근도 안 하잖아. 여행 간다고 생각하면 되지. 어때?” “너희들 방해되는 거 아니야?” 소유나는 울적한 감정을 감추고 웃으며 물었다. 유연서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알잖아? 같이 가자.” “생각해 볼게.” “생각하지 마.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갈게.” 유연서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유연서는 소유나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소유나는 옷 두 벌과 세면도구만 챙겨 유연서가 도착하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진우는 자신의 외제 차를 몰고 와 차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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