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9화
유연서는 체면을 잃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서 그녀는 늘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고 상사에게 한 번이라도 더 인정받고 싶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인생을 바꿔보고 싶어서 늘 적극적이고 열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의 끝없는 압박에 숨이 막혀 왔고 이대로 평생 그들 손아귀에 갇혀 산다면 그녀의 노력이 과연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유연서는 회사 맞은편 육교로 달려가 손으로 난간을 꼭 붙잡았고 위로 한 발만 내디디면 아래로 곧장 떨어질 수도 있었다.
아래 도로에는 차들이 쉼 없이 오가고 모두 각자의 생존과 삶을 위해 분주했다.
그 차들을 내려다보니 마치 자신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지만 정작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그런 시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서미정이 소리를 질렀다.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내려와!”
유재명도 놀라 어찌할 줄 몰라 외쳤다.
“연서야, 내려와! 위험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고 유연서는 뒤로 돌아 부모님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그녀가 죽는 게 두려운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절 몰아붙였어요?”
유연서는 분통을 터뜨리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늘 착실히 말 잘 들으며 자랐는데 도대체 왜 부모님은 여전히 그녀를 믿지 못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유연서를 외동딸이라 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옛날에 집에서 부모님이 누군가와 대화할 때 “딸만 낳아 아쉽다” 같은 말을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그 시절 둘째를 가지려다 유산한 일도 있었는데 부모님은 애초에 아이를 더 가지려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일이 바쁘면 그런 생각들을 잊을 수 있었지만 부모님 얼굴을 보이면 그 말들이 다시 떠올라 유연서를 괴롭혔다.
분명 친딸이었지만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유연서는 이토록 무력하고 지친 적이 없었고 바꾸려 노력하던 삶이 갑자기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부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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