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화

“유연서, 네가 전화를 끊고 우리를 지운다고 관계가 끝날 줄 알았니? 내가 살아 있는 한 널 간섭할 거야.” 서미정의 목소리엔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딸이 목숨을 끊으려 했던 일을 겪고도 오히려 더 심해진 집착이었다. 유연서는 맞서 싸울 기운조차 없었다. 그냥 전화를 끊고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켜 두면 또다시 걸려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간신히 지켜낸 평온도, 그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한편, 진우는 연락이 닿지 않는 유연서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다. 집은 텅 비어 있었고 결국 그는 소유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갈라져 여기저기 찾았지만 어디에도 그녀의 모습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소유나는 자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유연서가 보였다. “역시 여기 있었구나.”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소유나가 다그쳤다. “진우 씨가 걱정으로 정신이 없었어.” 유연서는 벽에 기댄 채 겨우 서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또 흘러내릴 듯했다. 무슨 사정인지 알 수 없던 소유나는 먼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물 한 병을 건네주고서야 문지후에게 메시지를 보내 찾았다고 알려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부모님이 또 압박했어?” 혹시라도 친구가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려워 그녀의 말투가 다급해졌다. 유연서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전에는 진우 씨가 괜찮다고, 이달 말에 결혼식 하라고 난리였잖아. 그런데 우리가 같이 산다고 하니까 오히려 온갖 방해를 다 해. 도대체 왜 그렇게 변했는지...” 사실 소유나가 알게 된 건 훨씬 뒤였다. 서미정이 혼인관계증명서를 본 뒤로 태도가 돌변했고 그 일 때문에 유연서가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사실을. 친구의 눈빛에 담긴 걱정을 마주하자, 유연서는 도저히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부모가, 내가 친구 남편의 운전기사와 결혼한 게 부끄럽다고 여긴다니... 이런 말 어떻게 해. 유나가 날 어떻게 볼까.’ “그 사람들은 날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