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화
고유경은 그에게 속옷 같은 건 사준 적이 없었고 기껏해야 여성용품 정도였다.
그때 그에게 여성용품을 사 오라고 시켰을 때 그는 남자애가 여성용품을 사러 가면 사람들이 보고 웃을 거라고 말했지만 결국 사 오긴 했다.
‘허 변호사님이 어떻게 여자아이의 속옷을 사러 갈 용기가 있겠는가?’
장은미는 아마 그가 만난 여자가 많아 이미 뻔뻔해진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허진서는 그녀의 퉁퉁 부은 눈을 보고 욕실에서 또 울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가 묻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묻자마자 장은미의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허진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다가가 휴지를 뽑아 건넸다.
“장은미 씨는 아직 젊으니까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에요. 다행히 일찍 알아차려서 제때 빠져나올 수 있잖아요.”
그 말을 듣자 장은미는 더욱 참을 수 없었고 원래는 흐느끼기만 했는데 이제는 아예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다리를 끌어안고 아까 그를 발견했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무릎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다.
허진서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머리가 아파왔고 마음도 몽글몽글해졌다.
여자아이를 달래는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가 울기 시작하면 어쩔 줄 몰랐다.
또 그녀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는 줄 알까 봐 함부로 안아줄 수도 눈물을 닦아줄 수도 없었다.
허진서는 간신히 좁혀 놓은 거리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걸 원치 않았다.
조용히 그녀의 울음이 작아지기를 기다린 뒤 물을 한 잔 따라 그녀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리면 탈수될 수 있으니 물부터 좀 마셔요.”
장은미는 힘껏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고 눈앞의 남자는 흐릿하게 보였다.
“왜 남자들은 그렇게 쉽게 돌변하는 거죠? 고유경은 저만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장은미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도 왜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주던 사람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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