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1화
변명할 여지조차 없다는 것이 어떤 건지 허진서는 이 순간 비로소 실감했다.
법정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그의 입술이지만 지금만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원래라면 장은미에게 진정한 ‘나쁜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겁먹을까 봐 두려웠다.
장은미에게는 강압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허진서는 깊게 숨을 내쉬고 먼저 한 걸음 물러서 두 손을 들었다.
“내 직업적 도덕을 걸고 맹세합니다. 당신에게 절대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어요.”
장은미는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믿지 못하겠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앞에 있었고 만약 그가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하려 한다면 도망칠 수도 없었다.
“물 한 모금 마셔요.”
허진서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물컵을 내밀었다.
장은미는 물컵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천천히 일어나 컵을 받아 들고 잠시 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망설이는 눈빛을 보고 허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내가 물에 약이라도 탔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
장은미는 침묵했다.
허진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은 어이가 없을 때 웃음이 나온다.
“당신의 경계심이 강하다는 건 칭찬해 줄 만하네요. 아주 좋은 점이에요.”
허진서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칭찬했다.
“하지만 내가 예전에 장은미 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당신의 경계심은 너무 늦게 발동됐어요.
만약 내가 정말 장은미 씨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려 했다면 당신이 나를 따라왔을 때 이미 손을 썼을 거예요. 지금처럼 기다리진 않았겠죠.”
장은미는 또다시 그의 훈계를 들어야 했다.
그녀는 물컵을 들어 원래는 한 모금만 마시려 했지만 결국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더 마실래요?”
장은미는 고개를 저었다.
허진서는 물컵을 옆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장은미는 여전히 서 있었고 머리카락은 아직 완전히 말리지 못했다.
“머리 안 말리실 거예요?”
“괜찮아요.”
장은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진서는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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