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8화

연지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끝까지 피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마치 단두대에 오르는 죄수처럼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소유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사실 연지은도 불쌍했다.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강희남이 놓아주지 않고 계속 집착했으니까. 연지은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소유나는 창가에 앉아 조심스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문지후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연지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두 사람, 지금 아래층에 있어.] “...” 정오 무렵, 소유나는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머리를 묶어 포니테일로 틀고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서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녀가 나서자마자, 2층에서 문지후와 강희남이 함께 내려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만만치가 않네.” 강희남의 말투에는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문지후는 그를 힐끗 쳐다보고 곧 시선을 거뒀다. 그는 강희남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약혼녀가 있으면서도 수많은 여자들과 만났으니까. “약혼녀 집안에서 이 일을 아는 게 겁나지도 않나봐?” 문지후는 담담하게 물었다. 평소라면 남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겠지만, 강희남이 잘난 체하는 건 꼴도 보기 싫었다. “들키면 뭐 어때? 그건 집안에서 강제로 밀어붙인 약혼일 뿐이지, 내가 원한 게 아니잖아.” 강희남의 시선은 어느새 카페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연지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곁에 있으면 돈 걱정 따위 할 필요도 없는데 왜 굳이 이런 촌구석에서 고생하는 걸까. 그가 사준 집에서 편하게 살면서 일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쉬면 되는걸. 진짜 인생을 즐기고 싶은 거라면 왜 푼돈 벌자고 고생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지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어쨌든 강희남은 뼛속까지 쓰레기였다. “이봐, 내가 여기까지 알려줬는데 태도 좀 좋게 해.” 강희남이 불쾌한 듯 말을 던졌다. 문지후는 늘 잘난 척하며 그와 같은 ‘한량’을 깔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