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연지은은 고개를 흔들며 코를 훌쩍였다. “그냥 이럴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너일 줄은 몰라서.” 소유나도 피식 웃었다. “나도 몰랐어.” 연지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말했다. “미안해.” “네가 왜 사과해?” “그때 우리 엄마가 아니었다면...” 소유나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그만해.” 연지은은 입술을 깨물며 차마 소유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여 죽을 마셨다. ... 소유나는 새벽 2시가 넘도록 연지은의 집에 머물렀다. 연지은이 하룻밤 자고 가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문지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도 오늘 밤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밤새 지친 소유나는 문지후를 신경 쓸 여유도 없이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태양이 방 안을 비출 때까지 잠을 자던 소유나는 침대에서 몇 번 몸을 뒤척이다가 일어나 앉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침실에서 나오니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주방 쪽을 슬쩍 보자 문지후가 그곳에 있었는데 그저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그저 뒷모습만으로 사람을 설레게 하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찰나의 남편 같은 모습에 소유나는 짧게 행복을 느꼈다. 침실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는 마침내 다가가 식탁 앞에 서서 무심코 물었다. “그 여자한테 줄 음식 만들어요?” 백서윤이 내과에 있었던 걸로 봐선 체한 것 같았다. 남자는 말이 없었다. 문지후는 고개를 돌려 잠에서 막 깨어난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옷의 어깨끈이 흘러내려 깊게 파인 V넥이 살갗을 대폭 드러내며 아슬아슬하게 아찔한 곳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씻고 나와서 면 먹어.” 소유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아예 부엌으로 들어가 그의 뒤에 서서 냄비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토마토 계란 면이네요.” 문지후는 젓가락으로 냄비 속 면을 저었다. 다른 냄비에서는 국물이 끓고 있었다. “걔를 위해 끓인 게 아니야.” 소유나는 등 뒤로 뒷짐을 진 채 문지후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오해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