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하필이면 지금 말해서는...
소유나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우리가 뭐 대단한 사이도 아니니까 따질 자격은 없겠죠. 그래도 최소한, 서로한텐 솔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여자친구한테 갔으면 그냥 갔다고 하지, 굳이 나한테 거짓말할 필요 있었어요? 심지어 같이 잤다 해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근데 굳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날 속였잖아요. 그런 거짓말은 왜 했어요?”
참았던 말을 한꺼번에 털어놓자 그제야 조금 속이 시원해졌다.
소유나는 원래 뭐든지 삭이는 성격이 아니라 속이 상하면 반드시 말하고야 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질투는 아니었고 단지 문지후의 거짓말이 못 견디게 싫었을 뿐이다.
다만, 한집에서 사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는 게 기분 나쁠 뿐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굳이 네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문지후가 담담하게 말했다.
소유나는 주먹을 더 꽉 쥐더니 깊이 숨을 들이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말할 필요 없었겠죠. 내가 착각했네요. 미안해요, 내가 좀 오버했으니 그냥 미친 사람 취급해요. 잘 자요.”
그녀는 문을 잠그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짓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짜증 나.’
소유나는 불을 끄고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지?’
생각할수록 정신은 말똥말똥해지고 마음은 더 뒤숭숭해졌다.
눈을 감으려 해도 잠은 오지 않았고 결국 휴대폰을 들고 새벽 세 시 넘도록 영상을 보다 눈이 아파서야 겨우 내려놓았지만 머리는 흐릿하고, 잠든 것도 잠든 게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소유나는 퉁퉁 부은 눈과 까맣게 드린 다크서클을 달고 일어났다.
몸도 머리도 무거운 것이 아무 의욕도 없었다.
거실에 나가보니 집엔 아무도 없었다.
소유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씻고 나서 바로 밖으로 나왔다.
단지를 나서며 택시를 부르려던 찰나, 문지후의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와 그녀 앞에 멈춰 서더니 창문이 내려갔다.
“타.”
소유나가 못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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