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오후 다섯 시가 넘었다.
해는 서서히 기울고 있었지만 더위는 여전했다.
답답한 날씨에 기분까지 뒤엉켜 있는데 싸움까지 벌어지니 이건 정말 폭발 직전이다.
소유나는 문지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차에 치여 죽든 말든 지후 씨가 상관할 일 아니라고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지후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지고 눈빛도 점점 거칠고 위험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소유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떳떳했기 때문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시선을 마주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데리러 와줘서 고맙지만 앞으로는 안 그래도 돼요.”
소유나도 성질이 있었다.
다만, 털털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성격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요즘 문지후의 행동은 진짜 참기 힘들었다.
소유나는 계속 다툴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싸울 만한 관계조차 아니었기에 참고 싶지도, 맞춰가고 싶지도 않았다.
더는 의미 없다고 판단한 순간, 소유나는 돌아서 걸었다.
그런데 문지후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뭐 하는 거에요? 놔요!”
소유나는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하지만 남자의 손힘은 너무 강했다.
그녀가 버틸수록 손목을 조이는 힘도 더 강해졌고 피부는 붉게 달아올랐다.
문지후는 그녀를 거의 끌다시피 도로를 건너 차 앞까지 데려갔다.
그리고 차 문을 열며 말했다.
“타. 아니면 내가 태워줘?”
그 말투엔 일말의 여지도 없었다.
소유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안 타요.”
“소유나, 나 성질 더러워.”
그러자 소유나도 이를 악물고 되받아쳤다.
“나도 더러워요.”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선 채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침 퇴근 시간대라 이쪽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점점 많아졌다.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말다툼하는 그 모습은 마치 드라마 한 장면 같았다.
소유나는 그런 시선이 창피하고 불편해 먼저 물러섰다.
굳이 따지자면 문지후에게 진 게 아니라, 그 주변의 시선에 진 거다.
차 안.
소유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고 문지후는 묵묵히 운전만 했다.
마치 말다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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