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최순옥이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을 던지는 순간, 심유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난초 자수가 놓인 둥근 부채 하나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실은 윤기가 돌 만큼 매끄러웠고 바느질은 숨이 막힐 정도로 촘촘했다.
부채 위의 난초는 마치 바람에 스치는 듯 흔들리고 있었는데 은은한 향기까지 풍겨오는 것만 같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물건이 어째서 잊혀진단 말인가.
고개를 들자, 강소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 두 사람의 눈 속에서 동시에 불을 붙였다.
“할머니!”
강소현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거, 팔 수 있어요.”
“이것들 뿐만 아니라 새로 만들어도 되고요.”
심유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최순옥의 곁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수를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정교한 자수를 현대적인 옷이나 가방, 액세서리에 녹이면 충분히 통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심플한 흰 셔츠 깃에 작은 매화 한 송이를 놓는다든지.”
“캔버스 가방에 유영하는 물고기 몇 마리를 수놓아도 좋고요.”
말이 이어질수록 심유나의 눈빛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넘겨보던 명품 잡지들이 이 순간만큼은 전부 아이디어 노트가 되어 머릿속을 채웠다.
가능성은 끝이 없었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이 손기술을 지금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잊힌 가치를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
강소현이 흥분한 듯 허벅지를 탁 쳤다.
“그러네! 훌륭한 아이디어야!”
“온라인 스토어 열고 라이브도 하고, 인플루언서랑 협업도 하고!”
“아예 우리 브랜드를 만드는 거야.”
두 사람은 숨도 안 쉬고 미래를 계획했다.
최순옥은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흐릿하기만 하던 눈동자에 서서히 작은 불빛이 깃들었다.
“그럼 브랜드 이름은 뭐로 할까?”
강소현이 물었다.
심유나는 창밖을 떠도는 구름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손에 쥔 부채 위의 실결을 내려다보았다.
“실은 구름처럼 흐르고, 그걸로 비단을 짜는 거지.”
“‘운직’, 어때?”
“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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