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도현우는 심유나의 눈치를 살피며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
“태준이 말인데...”
도현우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백하윤 쪽에서 전화가 왔어. 상처 부위가 너무 아프다며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하나 봐. 태준이는 혹시라도 하윤이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할까 봐 서둘러 그쪽으로 갔어.”
이미 짐작했던 일이었음에도 그 잔인한 진실을 대면하는 순간, 심유나의 심장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또 백하윤이었다.
언제나, 어떤 순간에도 결국은 백하윤이었다.
아내가 밀쳐져 머리를 다치고 생사를 다투는 와중에도, 백하윤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 그는 주저 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것이 그가 내민 화해의 손길이었고 다짐이었단 말인가.
고태준의 약속은 먼지만도 못한 것이었다.
“유나야, 태준이를 너무 탓하지 마.”
도현우는 자상한 오빠처럼 이불을 정리해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윤이는 아이를 잃은 지 얼마 안 됐잖아. 태준이도 은사님께 진 빚이 있으니 마음이 쓰이는 게 당연하겠지. 그리고 가기 전에 내게 신신당부했어. 너를 꼭 잘 돌봐달라고 말이야.”
심유나는 눈을 감아 눈동자에 서린 감정을 지워냈다.
“원망 안 해요.”
이제는 상관없는 사람이기에 원망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탓이었다.
사고가 나자마자 도현우가 나타난 것을 보며 심유나는 분명 고태준이 그를 불렀을 것이라 짐작했다.
“현우 오빠, 또 폐를 끼쳤네요.”
고태준과 얽힌 일로 도현우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도현우가 나직이 웃었다.
“넌 내 최고의 투자처야. 얼른 공방이 잘돼서 내게 수익을 나눠줘야지. 그러니 네가 잘못되면 내가 얼마나 초조하겠어.”
같은 시각, 백하윤은 핼쑥해진 얼굴로 침대에 기대어 처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고태준은 침대 옆 소파에 앉아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에 쥔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태준 오빠, 내가 정말 한심하지?”
백하윤이 코끝을 훌쩍이며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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