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차는 한참 동안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 어느 고요한 대저택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마자 진한 꽃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정원의 은은한 조명 사이로 심유나의 시야에 가득 들어온 것은 구름처럼 흐드러지게 핀 치자꽃이었다.
순백의 꽃잎이 밤바람에 가녀리게 흔들릴 때마다 그 진한 향기가 온몸의 모공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이었다.
도현우가 지문을 인식시키자 묵직한 원목 대문이 열렸다.
현관은 온화한 황금빛 조명으로 가득했다.
한쪽 벽면을 통째로 채운 원목 책장, 거실 전체에 깔린 미색 캐시미어 카펫, 그리고 구석진 곳에 놓인 빈티지 스탠드까지...
이곳의 모든 인테리어는 그녀가 수만 번 꿈꿔왔던 집의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여긴...”
심유나의 목소리가 떨려 왔고 손가락은 무의식중에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도현우가 회상에 젖은 듯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네가 도서관에서 설계도를 그리던 게 기억나. 나중에 집이 생기면 마당 가득 치자꽃을 심고 싶다고 했었지. 책장은 천장까지 닿을 만큼 높고 소파는 몸이 푹 파묻힐 정도로 푹신해야 한다면서.”
도현우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인테리어를 할 때 어떤 스타일로 할까 고민했는데, 네가 말했던 그 풍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
그는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그대로 꾸며봤는데 결과가 꽤 괜찮네. 정말 집 같은 느낌이 나니까.”
심유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에 묵직하게 부딪힌 듯한 기분이었다.
예전에 문득 흥이 나 집 꾸미기 스케치를 그려 들뜬 마음으로 고태준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고태준은 대충 훑어보더니 취향이 너무 소박하다며 눈살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결국 신혼집은 시어머니 진경희가 유명 디자이너에게 맡겨 완성된, 흑백의 조화가 차갑기만 한 모델하우스 같은 공간이 되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 자리와 벽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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