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9화

“집이 갖고 싶은 거라면 내일 사람을 시켜 칼디 타운 쪽으로 해서 이곳보다 열 배는 더 좋은 집을 사줄게.” 그 순간 심유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너무 빨리 사라져서 착각인 줄 알았다. “그거랑은 달라요. 이건 내가 내 노력으로 얻은 거잖아요.” 심유나는 늘씬한 남자를 문 앞으로 끌고 간 뒤 그의 손을 잡고서 지문을 등록했다. “이제부터 여기는 태준 씨 집이기도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심유나의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온통 그뿐이었다. “그때 칭찬해 줬어야 하는 건데... 자기가 힘들게 노력해서 집을 산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왜 그때는 칭찬을 안 해 준 거지?” 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지나간 추억들이 사라지고,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고태준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곧장 침실로 향했다. 커튼 틈 사이로 내려앉은 달빛 아래, 그의 아름답고 다정한 아내는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베개 위로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고 잠든 얼굴은 고요했다. 고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몸을 숙이며 다짜고짜 입을 맞췄다. 깊이 잠들었던 심유나는 갑작스러운 무게감과 거침없는 키스에 놀라 잠에서 깼다. 순간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속이 울렁거리며 구역질이 났다. “당신은 누구예요? 비켜요!” 마치 더러운 것이 몸에 닿은 것처럼 심유나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위에 있는 사람을 밀어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화장실로 달려간 뒤 변기를 잡고 헛구역질했다. 심유나에게 밀려난 고태준은 불을 켜고 어두운 표정을 해 보였다. 그는 심유나를 따라서 화장실로 가더니 창백한 얼굴로 벽을 짚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화를 냈다. “심유나, 내가 그렇게 싫어? 그냥 한 번 만진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역겨웠어?” 심유나는 젖은 얼굴을 들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거울을 통해 고태준을 바라봤다. “맞아요. 지금의 태준 씨는 너무 역겨워요. 태준 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집에 마음대로 들이닥치는 거예요?” “자격?” 늘씬한 고태준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나는 네 남편이니까!”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에요.” 심유나는 고태준과 다투고 싶지 않아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 했다. 고태준은 심유나가 예전처럼 자신을 냉대할 거라고 생각해 그곳에서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난 안 갈 거야. 넌 내 아내고, 여기는 내 집이야!” 고태준은 심유나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 “유나야, 너 아이 갖고 싶다면서. 이번에는 절대 아무 데도 안 갈게.” 심유나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아이를 원한다고 한 이후에도 고태준은 자주 늦은 밤 백하윤에게 불려 갔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회사 업무를 보고 접대도 해야 해서 한 달에 한 번 하기도 어려웠다. “아이를 갖고 싶으면 백하윤 씨한테 낳아달라고 해요.” 심유나는 고태준을 밀어낸 뒤 휴대폰을 꺼내 도어락 앱을 클릭한 후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고 잠시 뒤 고태준은 남편의 지문이 삭제되었다는 안내음을 듣게 되었다. 심유나가 그의 지문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이다. 고태준은 경악했다. “심유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심유나는 곧이어 112로 전화를 걸었고 고태준은 안색이 어두워진 채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여보세요? 저희 집에 취객이 난입했는데 와서 조치 좀 취해주시겠어요?” “미쳤어?” 고태준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심유나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심유나가 재빠르게 피했다. “아니요.” 심유나는 전화를 끊은 뒤 문 옆으로 물러났다. “고태준 씨,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경찰이 도착한 뒤에 난감해질 거예요.”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고태준이 차갑게 웃었다. “내가 경찰에 잡혀가는 걸 네가 그냥 지켜보겠어?” “그럼 한 번 해보든가요.” 심유나는 문을 열면서 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고태준은 가슴팍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했다. 15년 동안 그의 곁에 있었던 심유나는 경찰을 불러 그를 내쫓으려고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 걸까? “심유나, 너 후회할 거야.”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