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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한 시간 뒤, 윤서하는 해성 클럽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VIP룸 안에는 배서연이 강도현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배서연은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강도현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지만, 윤서하의 눈에는 강도현의 걱정 어린 시선이 또렷하게 보였다. 정작 윤서하의 머리에 감겨 있는 하얀 붕대는 전혀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윤서하가 먼저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강도현은 윤서하가 들어온 것조차 모를 뻔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죠?” 윤서하는 최대한 차분하게 물었다. 강도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윤서하를 보았고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 “오늘 아침에 기자들이 강씨 가문 저택 앞에 몰려든 거... 네가 연락한 거야?” 윤서하는 잠시 멈칫했고 무의식적으로 배서연 쪽을 바라보았다. 배서연은 이미 선글라스를 벗고 선명하게 멍든 왼쪽 눈을 드러낸 채 앉아 있었다. 강도현은 윤서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더 실망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이미 연락 기록 확인했어. 기자들도 인정했어. 어떤 여자가 큰 건이 있다고 제보해서 간 거라고. 그 기자 중 한 명은 사진 찍겠다고 뛰어들다가 카메라가 서연의 눈에 부딪혔다고 하더라. 네가 지금 얼마나 심한 짓을 한 건지 알아?” 그때 배서연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도현아, 그만해. 아마 우리가 오해한 걸 거야. 서하가 설마 내 명예를 더럽히려고 기자를 불렀겠어?” 그러자 강도현의 시선이 다시 윤서하를 꿰뚫었다. “정말 네가 한 거야?” 윤서하는 허무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병원에서 혼자 밤새 피를 닦고, 열 바늘 넘게 꿰맨 상처가 뻔히 보일 텐데도 강도현은 단 한 번도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지금 이렇게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도, 상처인지 붕대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배서연은 눈물 두 방울만 흘려도 믿어 줬다. 그 순간, 윤서하의 가슴이 또 한 번 산산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윤서하는 조용히 되물었다. “그럼... 강씨 가문 저택에 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렇게 상황을 잘 알아요? 당신도 혹시 그 일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건가요?” 그러자 강도현의 미묘한 표정 변화가 스쳤고 윤서하는 이어서 말했다. “아까 명예를 더럽혔다고 했죠? 그 말은 곧 새어머니가 정말 상중에 다른 남자와 엮였다고 의심한다는 뜻 아니에요?” “헛소리하지 마.” 강도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서연이는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 이어 배서연이 부드럽게 말을 얹었다. “서하야, 요즘 기자들 말은 아무도 못 믿어. 도현이가 강씨 가문 명성을 걱정한 것뿐이야. 이미 큰돈을 주고 조용히 정리했대. 더 이상 기사는 안 나올 거야.” 윤서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배서연은 이미 내기에서 이겼고 남은 열흘 동안조차 윤서하의 앞에서 강도현의 편애를 과시하고 싶어 했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앞으로 매일 이런 모욕을 견디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오늘 일은 그냥 여기서 끝내자.” 배서연이 말하더니 윤서하의 머리를 힐끗 보고 물었다. “근데... 서하야, 머리는 왜 그래?” 강도현이 무심하게 덧붙였다. “어딘가에 부딪힌 거겠지.” 배서연은 걱정하는 척 말했다. “피가 배어 나오잖아. 내가 사람 불러서 붕대 좀 더 가져올게.” 그러고는 먼저 방을 나갔다. 윤서하와 강도현만 남았을 때, 강도현이 조용히 말했다. “누가 기자를 불렀든 난 네가 더 이상 서연을 공격하지 않았으면 해. 서연이는 지금 남편도 없고, 기댈 데도 없어. 이미 충분히 불쌍한 사람이야.” 그 말에 윤서하의 주먹이 떨렸다. ‘그렇다면 내 남편은 지금 누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거야?’ 강도현은 윤서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서하야, 서연에게 잘해 줘. 그러면 나도 너한테 더 잘할게.” 윤서하의 마음속에서 비웃음이 터졌다. “강도현 씨... 당신은 정말 저를 아내라고 생각은 해요?” “넌 당연히 내 아내지.” “그럼 왜 당신 아내를 이렇게 모욕당하게 놔두죠?” 강도현은 대답하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 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불이야!” 깜짝 놀란 강도현은 반사적으로 윤서하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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