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화

“어라, 이 사람 강도현 아니야? 평소엔 금욕적인 척하더니, 새어머니만 보면 벌써 불이 나네?” 중년 남자가 비웃듯 말했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인물이었기에 몇 마디면 판을 읽어냈다. “강씨 가문의 재산을 다 물려받았다더니... 혹시 새어머니도 같이 물려받은 건 아니겠지?”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배서연은 재빨리 강도현의 손목을 눌렀고 그제야 강도현은 억지로 분노를 삼켰다. 강도현은 중년 남자를 놓아주고는 술잔을 들어 올렸다. “선배님들께 제가 조금 무례했네요. 이건 제 실수니까 제게 벌주 세 잔 주시죠.” 복도에 서 있던 윤서하는 그 장면을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강도현이 평생 술 한 방울도 안 마시는 사람이라는 걸 윤서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배서연 때문에 세 잔을 연달아 마신 것이다. “배서연 씨도 세 잔 마시라니까!” 누군가 농담을 섞어 말했다. 배서연의 얼굴이 굳자 강도현이 앞에 서며 막아섰다. “새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습니다. 그 잔은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하하, 오늘은 강도현이 술깨나 마시네? 그럼 더 마셔!” 사람들이 잔을 계속 들이밀자 강도현은 열 잔 넘게 연달아 비웠다. 테이블의 술병까지 바닥나자 모두 감탄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대신 하나만 부탁드리죠. 앞으로 우리 새어머니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강도현은 배서연을 데리고 VIP실을 나갔다. 강도현은 복도로 나오면서 앞에 있던 윤서하를 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문이 열리는 바람에 윤서하가 그대로 밀려 넘어졌다. 넘어지며 윤서하의 머리가 옆장식장에 부딪혔고 앉혀져 있던 도자기가 깨지면서 조각이 이마를 깊게 갈랐다. 그 순간, 윤서하는 피가 얼굴과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가온 직원이 비명을 지르며 구급차를 불렀다. 윤서하는 흐릿한 시야로 고개를 들었다. 피 때문에 시야가 흐렸지만 윤서하는 강도현이 배서연을 부축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모습은 또렷하게 보였다. 그 순간 가슴 한복판이 비참하게 무너졌다. 윤서하는 그렇게 강도현을 사랑했고 그 사랑 때문에 부모와 친구에게까지 비밀 결혼을 숨겼다. 강씨 가문이 과거 윤씨 가문을 파탄 직전까지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직 강도현만 믿고 달려왔다. 피가 식어 가는 와중에 윤서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윤서하,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반 시간 뒤, 구급차가 도착했고 윤서하는 혼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이마는 열 바늘 넘게 꿰매야 했다. 그 밤, 병실에는 윤서하 혼자였다. 아침이 밝도록 강도현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 며칠째 결혼생활의 추악한 진실들을 곱씹던 윤서하의 눈에 문득 휴대전화 속 영상 하나가 들어왔다. 배서연이 전날 밤에 SNS에 올린 영상이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윤서하는 배서연의 머리를 말려 주는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동생이 요즘 나 외로울까 봐 며칠씩 들러 주고 있어. 동생도 이젠 어른이 다 됐네. 누나는 참 고맙단다.] 윤서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 동생이 강도현이라는 건, 윤서하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둘은 모두를 속이며 윤서하를 바보로 만들어 놓았다. 윤서하는 그동안 강도현을 위해 비위를 맞추고, 자세를 낮추고, 이미지를 바꾸었다. 강도현이 술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에, 좋아하던 와인도 끊었다. 하지만 결국 강도현이 선택한 사람은 배서연뿐이었다. 윤서하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기에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준호 회장님의 미망인이 지금 다른 남자와 별장에 있습니다. 현장 잡고 싶으면 지금 가세요.” 3년의 상중 기간도 끝나지 않았고, 재벌 가문의 미망인이 젊은 남자와 지낸다는 스캔들은 단숨에 커다란 화제가 될 만했다. 하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기사 하나 뜨지 않았다. 막 퇴원 수속을 밟으려던 그때, 윤서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강도현이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강도현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 “지금 바로 해성 클럽으로 와. 당장.”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