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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날 밤, 강도현은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항상 그랬듯 먼저 서재로 들어가 회사 결재 서류부터 확인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윤서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어떻게든 강도현을 침대로 끌어들이려고 별의별 수를 다 쓰던 윤서하가 오늘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강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어 보니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제야 강도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도현이 복도로 걸어 나오자 아래층에서 가사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윤서하는 고개만 끄덕이고 올라왔고 계단 위에서 강도현과 마주쳤다. 강도현은 담담하게 물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윤서하는 가슴속에서 비웃음이 일었다. ‘내가 어디를 가든, 내가 뭘 하든... 강도현이 신경 쓴 적이 있었나.’ “서류를 부칠 게 있어서요.” 윤서하는 이혼 서류를 자신이 떠나는 날, 강도현 책상 위에 도착하도록 이미 우편으로 처리해 두었다. 그래서 굳이 설명을 덧붙였다. “당신한테 보내는 선물이에요. 열흘 뒤면 알게 될 거예요.” 강도현은 코웃음을 쳤다. “매일 얼굴을 보는데 그런 우편 놀이를 왜 해?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진짜 재미없어.” 강도현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기고는 다시 서재로 사라졌다. 윤서하는 생각했다. ‘이제 곧 강도현도 다시는 재미없는 나를 볼 일도 없겠지. 열흘 뒤면 내가 떠나고 강도현은 원하는 대로 배서연과 다시 붙어 살겠지.’ 윤서하는 담담하게 침실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 구두, 강도현이 사준 것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둘이 함께 찍은 유일한 웨딩사진도 고민 없이 종이상자에 던져 넣었다. 잠시 뒤, 강도현이 방으로 들어섰다. 텅 비어 있는 침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짐 정리요. 필요 없는 건 버리고 새로 살 거예요.” 강도현이 상자에서 웨딩사진 액자를 들어 올렸다. “이건 새로 산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윤서하는 고개만 돌렸다. “그럼... 제대로 된 웨딩사진을 저랑 새로 찍어줄래요?” 두 사람의 결혼은 비밀이었다. 공개 촬영은커녕 지금 있는 사진조차 윤서하가 간절하게 부탁해서 찍은 것이었다. 강도현은 액자를 상자에 다시 던져 넣고 말했다. “우리 두 가문의 관계를 뻔히 알면서 공개 웨딩사진이 말이 돼?” 윤서하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때 강도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신혼여행이라도 다시 가고 싶으면, 시간 내서 같이 갈게.” 윤서하의 눈이 순간 크게 뜨였다. “정말요?” 강도현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혼여행 때 난 계속 일만 했잖아. 이번에는 보상이라고 생각해.” 윤서하가 대답도 하기 전에 강도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배서연의 전용 벨소리였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애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현아, 경매 시간 앞당겨졌어. 지금 바로 와줘. 기다릴게.” “알았어. 바로 갈게.” 전화를 끊자 강도현은 윤서하에게 말했다. “저녁은 알아서 먹어. 난 경매장 가야 돼.” 하지만 오늘의 윤서하는 평소의 윤서하가 아니었다. “저도 갈래요. 같이 가죠.” “우리 강씨 가문 쪽 일인데, 네가 왜...” “도현 씨의 새어머니도 계시잖아요. 혼자 두기 좀 그러니까, 제가 옆에 있어도 되잖아요.” 그러자 강도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오고 싶으면 와.” 차에 오르자 윤서하는 차량 안의 장식들이 전부 보라색으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배서연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강도현은 윤서하의 표정을 보고 짧게 말했다. “기존 게 낡아서. 새로 바꾼 거야.” 윤서하는 아무 말 없이 웃는 척만 했다. 경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배서연은 이미 강한 그룹의 임원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강도현은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앉았고, 두 사람은 일 핑계를 대며 귀를 맞대듯 이야기를 나눴다. 윤서하는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완전히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배서연은 몇몇 재계 인사들에게 불려 VIP실로 향했다. 그때 윤서하에게 전화가 왔다. 최근 사직 절차를 밟던 인사팀이었다. 전화를 받고 복도로 걸어가던 윤서하는 VIP실 앞을 지나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남자들의 조롱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남편 죽어서 많이 외롭겠네? 이렇게 젊은데 그 공허함을 어떻게 버텨? 우리랑 좀 즐기지 그래? 어차피 늙은이 좋아하잖아?” 그리고 이어진 배서연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바로 그때, 윤서하 앞을 한 남자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강도현이었다. 강도현은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가 배서연을 희롱하던 중년 남자의 멱살을 단숨에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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