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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윤서하는 떠나기 전에 정리해 둬야 할 것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종이 상자 속에는 수년 동안 쌓인 추억들이 담겨 있었다. 윤서하는 강도현을 향해 먼저 고백하며 보냈던 101통의 편지를 다시 한번 손끝으로 만져 보았다. 강도현이 답장을 준 건 고작 세 통이었다. 그마저도 윤서하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목걸이 상자에는 강도현이 준 보살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윤서하가 강도현이 차고 다니는 그 목걸이가 좋다고 말했을 때, 강도현은 자신의 것을 주지는 않았지만 똑같은 모양으로 새로 만들어 건넸다. 크기는 조금 작았지만 같은 보살 펜던트란 이유 하나만으로 윤서하는 그때 정말 행복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보살 펜던트가 애초부터 배서연을 위해 달고 다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난 뒤부터 윤서하는 더 이상 갖고 있고 싶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가 준 보살 펜던트도... 버릴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윤서하는 고개를 들었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강도현이 문가에 서 있었고 윤서하가 버리는 물건들 속에서 목걸이를 발견한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윤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는 갖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왜?” 강도현은 의아하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갑자기 왜 이래? 오늘따라 유난하네.” 윤서하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강도현은 윤서하가 왜 상처받는지도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애초에 강도현의 눈에는 항상 배서연밖에 없었고 윤서하는 그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방패막이에 불과했다. “서하야, 너도 이제 애가 아니야. 괜히 감정적으로 굴지 마.” 강도현은 윤서하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이런 건 버리면 안 돼. 그래도 내가 준 선물들이잖아. 마음에 안 들면 내가 다시 사줄게. 지금 나가서 새로 골라 오자.” 예전에도 강도현은 이렇게 가끔 다정하게 굴었다. 마치 윤서하라는 방패가 도망갈까 봐, 가끔씩 당근을 던져 주듯 말했다. 그리고 윤서하는 그런 순간마다 흔들렸었다. 이번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참 바보같네...’ 하지만 바로 그때, 밖에서 급히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고 비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부인님께서... 사고가 났습니다!” 핸드폰 화면에는 이미 사진이 떠 있었다. 개인 파티에서 찍힌 배서연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었다. 옷이 흘러내린 채 여러 남성 모델과 뒤엉켜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남자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아 있는 사진까지 보였다. 누가 봐도 스캔들이었다. 사진을 본 강도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분노와 충격이 한꺼번에 끓어올랐지만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배서연이었다. “도현아, 사진을 믿지 마. 저 사진들... 누군가가 나한테 약을 먹였어. 누가 일부러 날 망가뜨리려고 한 거야. 너무 억울해...” 배서연의 몇 마디로 강도현은 바로 믿어 버렸다. 중요한 건 배서연의 말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 배서연은 언제나 피해자였다. 문제는 이미 사진이 퍼졌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도현은 믿기 어려운 말을 꺼냈다. “지금 바로 기자회견을 열 거야. 서하야, 네가 나가서... 서연이 대신 이 일을 뒤집어 써 줘.” “네?” 윤서하는 숨이 멎을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 그러자 강도현은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 “사진 속 여자가 배서연이 아닌 너라고 할 거야. 그렇게 해야 서연의 이미지가 깨끗해지니까.” 윤서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배서연의 명예는 중요하고... 제 명예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예요?” 강도현은 오히려 짜증을 냈다. “서연이는 아직 상중이야. 이런 소문이 나면 본인한테도 강한 그룹 이미지에도 타격이 커. 반면 넌 달라. 너는 신분에 걸리는 것도 없고 기자들 앞에서 차분히 해명하면 바로 넘어갈 일이라고.” 윤서하는 참다못해 외쳤다. “저도 윤씨 가문의 딸이에요. 제가 그런 꼴로 세상에 나가면 우리 부모님 얼굴은 어떻게 해요!” 강도현은 짧게 한숨을 쉬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도와줘. 보상해 줄게. 서하야, 나만 믿어. 앞으로는 너랑 잘살아 볼게.” 그 말을 남기며 강도현이 비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는 즉시 보디가드들을 불렀다. 그리고 보디가드들은 말 그대로 윤서하의 두 어깨를 붙잡아 끌기 시작했다. 윤서하는 그렇게 억지로 기자회견장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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