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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기자회견은 급하게 잡혔다. 윤서하는 강제로 끌려 나와 수많은 카메라와 생중계 화면 앞에 서야 했다. 취재진은 손에 쥔 사진을 들이밀며 몰아붙였다. “강 대표가 방금 발표했습니다. 이 사진 속 가면을 쓴 여자가 윤서하 씨 맞습니까?” “윤씨 가문이 원래 강씨 가문이랑 앙숙이라던데, 그래서 강진호 회장의 미망인한테 남자 모델들을 붙여서 함정을 판 겁니까?” “윤서하 씨, 대답해 주세요. 사진 속 여자가 정말 본인인가요?” 윤서하는 이를 악물었다. 도저히 이런 모욕을 참고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왜 내가 배서연 대신 이런 짓을 떠안아야 하지? 왜 내가 온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지? 강도현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내 인생을 이렇게 마음대로 짓밟아도 된다는 거야?’ 윤서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기자들의 얼굴에 동시에 놀란 기색이 떠올랐다. 윤서하는 더 설명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때 이미 강도현과 배서연이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왔다. 모든 카메라의 초점이 한순간에 두 사람에게로 옮겨갔다. “강 대표님, 그리고 배서연 씨께 여쭙겠습니다. 사진 속 여자는 대체 누구입니까?” 기자들이 쏟아지는 질문을 퍼부었다. 강도현은 입을 꾹 다문 채 미간만 깊게 찌푸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배서연은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떨구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서하 씨가 맞아요. 윤씨 가문은 예전부터 강씨 가문을 증오해 왔잖아요. 제가 상중인 걸 이용해서 제 명예를 가지고 장난치려는 거예요...” 윤서하는 도저히 참지 못했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 지금 저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이러는 거잖아요!” 그 순간 배서연이 옆에 서 있던 한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진에 찍혀 있던 남자 모델 중 한 명이었다. 남자 모델이 마이크 앞에 나와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날 밤 사진 속 여자는 분명히 윤서하 씨였습니다. 일부러 배서연 씨처럼 차려입고 와서 저희 남자 모델 여덟 명을 한꺼번에 불렀어요. 그날 밤 내내 방탕하게 놀았고, 상중에 있는 배서연 씨에게 스캔들을 터뜨리는 게 목적이라고 직접 말했습니다.” 현장은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시 모든 렌즈가 윤서하에게 집중됐다. “윤서하 씨, 아직도 변명할 거예요?” “증인도 있고 사진도 있습니다. 계속 배서연 씨를 모함하실 겁니까?” “이런 일을 벌이면 윤씨 가문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질문들이 파도처럼 몰려와 윤서하를 집어삼켰다. 윤서하는 숨이 막힌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사진 속 여자는 제가 아니에요.” 계속 부정했지만 누구 하나 윤서하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때 배서연이 마치 걱정이라도 하는 척 옆으로 다가왔다. “서하야, 이제 솔직히 인정해. 잘못했다고 말만 하면 다들 용서해 줄 거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도대체 뭐가 내 탓이지?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지?’ 윤서하의 가슴속에서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어디선가 검은 그림자가 둘 앞으로 돌진해 왔다. 남자는 손에 든 병을 번개처럼 열어 윤서하와 배서연을 향해 액체를 그대로 들이부으며 고함쳤다. “강 회장님이 묻힌 지 얼마나 됐다고, 이 더러운 년이 벌써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나! 네 얼굴은 내가 대신 망가뜨려 주마!” 병 안에 든 액체는 황산이었다. 윤서하는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고 모든 것이 한순간에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시야 한쪽 끝에서 강도현이 번개처럼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황산이 눈앞으로 쏟아지는 바로 그 찰나, 강도현은 윤서하가 아니라 배서연을 끌어안았다. 강도현은 배서연을 감싸 안고 옆으로 굴러 넘어졌다. 그 틈에 쏟아진 황산이 윤서하의 왼손등을 정통으로 덮쳤다. 순식간에 왼팔 전체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숨이 턱 막히고, 피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에 비명이 목까지 차올랐다.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남자를 붙잡았다. 남자는 강진호의 오랜 친구로 인터넷에 퍼진 기사를 보고 분노해 직접 찾아온 사람이었다. 윤서하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았다.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고 손과 팔에서는 숨이 막히는 고통이 끊이지 않았다. 고개를 힘겹게 들어 올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강도현이 배서연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다친 데 없어? 어디 맞은 데는 없어?” 강도현의 시선은 오로지 배서연에게만 꽂혀 있었다. 배서연은 고개를 저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괜찮아. 그런데 넌 어쩌려고 그래. 그게 황산이었어. 조금이라도 맞았으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몸을 던졌어...” 실제로 크게 다친 사람은 윤서하 혼자였다. 윤서하는 팔이 타들어 가는 통증 속에서 배서연 옆에 서 있는 강도현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지금까지 버텨 온 마음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 명예도, 내 몸도, 내 생사도... 강도현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구나. 그래. 이제 됐어. 다시는 이 사람 때문에 울지 않을 거야.’ 윤서하는 이를 악물었고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채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몸이 휘청이며 무너지는 느낌과 함께 어둠이 시야를 집어삼켰다. 윤서하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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