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하도겸은 순간 얼어붙은 듯 굳어 섰다가, 이내 안에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그는 그대로 돌아서며 소유준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뭐라고? 다시 말해 봐.”
소유준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더 큰 목소리와 억울한 말투로 다시 말했다.
“삼촌, 그동안 하은서 그 멍청이랑 걔네 엄마한테 너무 잘해줬어요. 우리 엄마랑 내가 여기서 살아야 맞는 거잖아요...”
그 말에 하도겸은 순간 아이들이 전한 어린이집 이야기까지 떠올랐다. 눈빛이 붉게 달아오르며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소유준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
당황한 소유준은 눈이 휘둥그레져 온몸으로 버둥거렸다.
“놔요! 삼촌 왜 이래요! 무서워요!”
소혜진이 다급히 달려와 하도겸의 팔을 붙잡았다.
“애가 장난으로 한 말이야!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잖아... 놓아 줘, 다쳐!”
하도겸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장난? 애가 어떻게 이런 말을 알아듣고 해? 누가 가르쳤어?”
소혜진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얼굴에 스친 당혹감은 한순간이었지만 하도겸은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소유준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엄마! 살려줘요! 이 나쁜 아저씨가 나 죽이려고 해요!”
소혜진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울부짖듯 외쳤다.
“도겸아, 제발! 놔 줘, 응? 나한텐 뭐라 해도 좋아. 유준이한텐 그러지 마.”
“소혜진. 너 솔직히 말해. 나랑 심예원 사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하도겸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물었다.
예전에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가 이렇게까지 잔인하고 악의적인 사람일 리 없다는 마지막 기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숙인 소혜진의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스쳐 갔다. 하도겸이 자신과 유준이에게 다시 마음을 열어준 줄 알았던 그녀는 심예원이라는 ‘훼방꾼’만 사라지면 당당히 이 집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지금의 하도겸은 그녀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눈빛이 낯설고 두려웠다.
‘설마 도겸이가 심예원을 사랑하게 된 건가?’
소혜진은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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