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말 끊어서 미안한데 이젠 무대로 올라가야 해.”
심예원은 그의 말을 외면한 채 조용히 지나쳐 무대로 올랐다.
회사 대표로 나선 그녀는 침착하고 단정한 태도로 신제품을 소개하며 전문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안정된 목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동작은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아래에서 하도겸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예원이 그토록 눈부신 사람이었다는 걸 이제야 비로소 깨달은 표정이었고,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어. 내 아내와 딸... 반드시 되찾을 거야.’
“감사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은 따로 질문해 주세요.”
심예원은 발표를 마치고 공손히 인사한 뒤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 순간 하은서가 달려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심예원은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하도겸은 조용히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 나서 심예원과 하은서만 남았을 때야 그는 비로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발표... 정말 인상 깊었어. 많이 목마르지?”
하도겸은 준비해 온 음료를 내밀었지만 심예원은 받지 않았고, 그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 옆을 지나쳤다.
“예원아, 은서야... 나랑 밥 한 끼만 같이 먹을 수 있을까?”
하도겸은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심예원은 돌아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예원아, 부탁이야. 제발, 거절하지 말아줘.”
하도겸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눈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은서야... 아빠랑 집에 가서 밥 한 끼만 먹을래? 딱 한 번만... 부탁이야.”
그는 하은서를 바라보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진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정말 잘못했어. 한 번만... 밥 한 끼만 같이 먹어주면 안 될까?”
하은서는 잠시 망설였다. 거절당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엄마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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