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예원아, 은서랑 잠깐 놀아줘. 금방 다 될 거야.”
하도겸의 목소리는 들뜬 듯 밝았다. 그가 수없이 꿈꿔왔던 장면이 마침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하은서는 선물을 하나하나 풀며 신이 나 있었다. 인형, 사운드북, 레고, 전자기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심예원의 마음엔 씁쓸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왜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아는 걸까...’
“밥 다 됐어.”
하도겸은 마지막 반찬을 식탁에 올리고 앞치마를 벗고 하은서를 부르러 왔다.
선물을 풀며 흥분한 하은서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두 손엔 먼지가 많았다.
그는 하은서를 데리고 가 손을 씻기고 조심스레 닦아준 후 손을 잡고 식탁으로 향했다.
“나는 정말 형편없는 남편이자 아빠야. 너희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서 그냥 대충 만들어봤어.”
하도겸은 후회 어린 눈빛으로 조심스레 심예원을 바라보았다.
그가 차린 식탁에는 탕수육, 나물무침, 그리고 해물탕까지 놓여 있었다.
심예원은 그가 요리할 줄 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소혜진이 잘 가르쳤나 보네.’
“한번 먹어봐.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어.”
하도겸은 심예원에게 해물탕을 떠주고 하은서에겐 탕수육을 하나 더 올려줬다.
심예원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눈빛은 무거웠다.
“엄마는 해산물 알레르기 있는데...”
하은서는 해물탕을 조용히 치우고 탕수육을 집어 엄마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하도겸의 얼굴이 굳더니, 젓가락을 쥔 손이 떨렸다.
“미안해. 몰랐어...”
“괜찮아.”
심예원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입맛이 돌지 않아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
하은서는 혼자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하도겸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가끔 반찬을 집어주었다.
“예원아, 예원아, 진짜 안 먹을 거야?”
“배 안 고파.”
그녀의 냉담한 말투에 하도겸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중에 배고파지면... 그때 다시 해줄게.”
하도겸은 낮게 중얼거리며 하은서의 그릇에 고기를 하나 더 올려주었다.
하지만 하은서는 이미 배가 부른 듯 입가를 닦고는 다시 선물 더미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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