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그 여자, 준혁이한테까지 접근했어요. 지금 가윤 경매장에서 매니저 행세하며 활개 치고 있어요. 정말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어요. 내연녀가 사모님 댁 경매장에까지 찾아왔다고요. 사모님이 직접 와서 혼내주셔야죠.”
전화기 너머에서 어머니는 잠시 침묵했다.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우리 모녀는 뒤에서 아버지를 험담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 그럼 나도 가서 구경이나 해볼까.”
나는 손짓으로 부하에게 계속 재생하라고 지시했다.
장내는 죽은 듯 고요했다.
모두 숨을 죽이고 내가 망가진 영상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이 막 재생되려는 순간, 어머니가 바람처럼 달려왔다.
하이힐 소리가 바닥을 쾅쾅 울렸다.
“어디 있어? 허광호 그 인간의 내연녀가 어디 있어? 아니, 이젠 내연녀인지 기생인지도 모르겠네. 개 같은 남자, 평생 똥 먹는 버릇을 못 고친다니까.”
백수아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즉시 어머니의 팔을 끼고 대형 스크린 앞으로 데려갔다.
“사모님, 급해 하지 마세요. 이 영상 다 보고 말씀하세요. 보시면 이런 여자가 얼마나 천하고 얼마나 죽어 마땅한지 아실 거예요!”
어머니도 구경꾼 기질이 있어서 가십이 나오면 다른 건 다 제쳐두는 사람이라 그저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파일이 로딩되고, 진행 바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영상이 재생됐다.
여전히 장내는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나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1초.
2초.
하지만 예상했던 웅성거림은 터지지 않았다.
대신, 기이할 정도로 얼어붙은 침묵만이 흘렀다.
백수아 얼굴의 흉악한 웃음, 광기, 득의만면한 표정이 전부 굳어버렸다.
고준혁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가슴을 크게 들썩였다.
영상을 본 어머니는 그대로 폭발하더니 고준혁을 가리키며 욕을 퍼붓고는 뺨을 후려쳤다.
“이 썩을 대걸레 같은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