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7화 바보가 아닌 송은탁
하지연은 점심 술자리가 끝나면 독고용재가 떠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뜻밖에 정자에 앉아 대신들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유명한 가문과 귀족의 아가씨들이 술을 따르겠다며 다가와 절반쯤 몸을 기대어도 독고용재는 피하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아까는 여자들이 자신과 가까이하는 거 싫다더니... 다 헛소리였네.’
하지연은 화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고 독고은정과 말을 섞었다.
바로 그때 송은탁이 들어섰다. 문턱을 막 넘기 무섭게 진씨 가문 장수들이 우르르 몰려가 둘러싸니 송은탁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하지연은 이런 상황을 구경하면서 진유정에게 말했다.
“유정아, 송은탁이 놀라기라도 하면 이 혼사는 물 건너간다.”
진유정이 벌떡 일어나 달려가 사람들을 쫓아내고 싶었지만 자칫 자신이 더 드세 보이면 오히려 송은탁에게 겁줄지 걱정됐다. 결국 하지연은 독고은정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공주 마마, 저 파리 떼를 좀 쫓아 주시겠사옵니까?”
그 말에 독고은정도 피식 웃었다.
“이봐라. 본 공주가 부탁할 일이 있느니라.”
그러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선뜻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장차 가족이 될 사람과 이야기하는 흥분보다 짜릿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대진국공주인 독고은정의 명령을 모르는 체할 수는 없었다.
독고은정이 독고용재와 하지연을 번갈아 흘겨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가서 섭정왕의 술 항아리를 별궁으로 옮겨라. 너희들이 돌아오면 송은탁은 아직 여기 있을 것이니 안심하고 떠나거라. 그리고 송은탁을 에워쌀 사람들은 너희가 아닌 유정이다. 유정이가 송은탁과 말하게 비켜주어야 마땅하리라.”
그러자 진씨 가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공주 마마의 말씀이 지당하시옵니다.”
주인공은 진유정이었으니 마땅히 진유정이 송은탁과 마주 앉아야 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이 술을 들고 가는 걸 본 독고용재는 당장 술을 따르던 아가씨를 밀쳐내고 벌떡 일어섰다.
“뭣들 하느냐. 내 술에 손대지 마라!”
그러자 한 사람이 맞받았다.
“섭정왕 마마, 공주 마마께서 술을 먼저 별궁에 옮기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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