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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유명상이 침술을 행하다

하 정승 댁 대부인은 곁에 있던 옥자를 불러 은전 한 꾸러미를 쥐여 주며 은밀히 지시했다. “양 상궁을 뒤따라가 살펴보아라.” 옥자는 곧장 달려 나가 하지연을 부축하며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문간에 이르러 문지기가 하지연을 마차에 태우는 틈을 타 불현듯 몸을 돌려 양 상궁의 옷소매를 거머쥐었다. 이윽고 은전을 쥐여 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마님, 대부인께서 황후마마께서 아씨를 불러들이신 연유를 알고 싶어 하십니다.” 양 상궁은 냉랭히 코웃음을 치더니 은전을 억지로 옥자 손에 도로 쥐여 주었다. 거기에 조금 전 대부인이 내밀었던 은전까지 몽땅 얹으며 차갑게 일갈했다. “돌려드리거라. 늙은 몸이라 대부인을 도모치 못한다 전하라.” 그 말을 끝으로 마차에 올라타 마부를 재촉했다. “출발하라.” 마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자 골목 어귀에 숨어 있던 금위군이 일제히 뒤를 따랐다. 양 상궁은 마차 안에서 하지연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고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가 급하여 목욕도 못 하고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습니다. 두 번째로 입궐하는 길도 이리도 초라하니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이번에 황후마마께서 무엇을 맡기시든 반드시 힘을 다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승 댁으로 돌아갔을 때 친족들이 아씨의 뼈까지 발라 먹으려들 것입니다.” 하지연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양 상궁을 바라보며 흐느꼈다. “소녀는 이 생애에 어머니 말고는 따뜻한 정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마마님의 보살핌을 받으니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살아남을 수 있다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양 상궁은 황후 곁을 지키며 혈육과 인연을 끊은 지 오래된 몸이었다. 외로운 세월 속에서 마음은 얼음처럼 차가워졌으나 하지연의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자 잠시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 눈물이 설사 거짓이라 해도 가슴 한구석이 흔들렸다. “아씨께서는 범상치 않은 운명을 지니셨습니다. 장차 큰일을 이루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먼저 은혜를 베푼다 생각하세요. 훗날 기억하신다면 감사한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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